2차전지 핵심소재 양극재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비엠이 내부자 거래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동시에 올해 매출 전망치와 중장기 증설계획을 상향조정하며 호재성 발표를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악재는 충분히 반영됐다"며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14일 에코프로비엠은 오전 9시 40분 기준 1.65% 오른 33만8500원에 거래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지난 11일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한 기업설명회(IR)에서 내놓은 호재성 발표 이후 하락장에서도 주가가 방어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26일 에코프로비엠의 임직원 내부자거래 의혹을 본지가 보도한 후 전 거래일까지 18%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9조원대에서 7조원 중반대로 밀려났다. 한 때 코스닥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1위와의 시총 격차가 2조원까지 벌어졌다. 보도 후 회사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에코프로비엠은 핵심 임직원 교체 등을 포함한 대책 발표를 준비했다.

지난 11일 열린 IR은 4분기 실적 발표를 위한 자리였지만, 시장의 관심은 '대책 마련'에 있었다. 에코프로비엠은 ESG 경영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중심의 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경영 참여 활성화, 준법지원조직 신설, 상장3사 준법지원인 선임, 주요 임직원의 주식거래 신고제 도입, 적극적인 IR 약속 등을 제시했다. 회사측이 내놓은 ESG 경영 강화 방안은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R 당일, 주가가 4.38% 오른 이유다.

동시에 호재성 발표도 했다. 전방 고객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매출 예상액이 지난해 대비 2배 늘어난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2조4166억원을 24% 웃도는 수준이다. 또 2026년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기존 48만t에서 55만t으로 약 15% 상향 조정했다. 국내 23만t, 유럽14만t, 미국 18만t 등이다. 회사측의 가이던스(실적 예상치) 상향 조정으로 증권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속속 오를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성장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적 이슈가 발생했지만 장기 성장성은 훼손되지 않았다"며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고객사와의 우호적인 관계도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증권사들도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하다는 이유로 현 주가를 저가매수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IR 이후 11개 증권사 중 8곳이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45만원으로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내놨다. 하이투자증권은 기존 64만원에서 29.6%나 하향조정했다. NH투자증권(74만원)과 한국투자증권(73만원) 두 곳은 7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NH투자증권은 80만원에서 7.5% 하향 조정한 결과다. 11개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56만1000원이다.

내부자거래 의혹으로 인한 수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회복을 위해선 ESG 경영 강화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불확실성인 ESG, 준법 경영의 정상화 여부가 핵심"이라며 "진행중인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임직원들의 사퇴 등 시장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엄중한 조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