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키예프·모스크바 셔틀외교…"러 안보 문제제기 합법" 주장
'리더십 비판' 직면 숄츠, 미국행…신뢰 회복 모색
우크라 위기 '해결사 자처' 마크롱…존재감 없는 숄츠
점증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속에서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사태 해법을 내보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속내도 셈법도 사뭇 다른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7일 러시아 모스크바, 8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6일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전화로 이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유럽 안보 재편을 주장하는 그의 평소 기조와, 러시아에 단호한 미국의 입장을 비춰볼 때 그의 행보는 미묘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해결사'를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마크롱 대통령을 두고 NYT는 유럽 내 외교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강경하고, 독일은 몸을 사리고 있고, 러시아는 안보 불만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중재력을 발휘해 볼 공간이 생겼다.

선거를 두 달 앞둔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이번 사태는 유럽에서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이자, 더욱 독립적인 유럽을 구상하는 그의 비전에 한발 다가갈 기회이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프랑스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쉬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이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병력의 단계적 축소 조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러시아의 지정학적 목표는 분명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나토와 EU의 공존 규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국경 근처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나 다른 유럽 국가의 안보와 주권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자국의 안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합법적"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한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토 회원국을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 위기 '해결사 자처' 마크롱…존재감 없는 숄츠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는 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 워싱턴DC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두 달 만이다.

유럽연합(EU)의 주도국인 독일 정상으로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터라 이번 회담을 계기로 신뢰 회복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대러 제재 전선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숄츠 총리는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독일의 한 잡지는 '실종의 예술'이라며 '올라프 숄츠는 어디 있나'란 제목을 달았고, 지난주에는 에밀리 하버 주미 독일 대사가 독일 평판에 대한 '엄청난 손상'을 경고하는 메모를 자국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언론뿐만 아니라 미 의회에서도 독일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고했다.

공화당원들 시각에 독일은 천연가스 문제 때문에 '푸틴과 한 침대에 누워있다'고 본다는 시각도 전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거부한 대신 헬멧 5천개를 보냈다가 구설에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부과할 제재엔 침묵을 지켰다.

마크롱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는 동안,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도 없고 워싱턴DC 방문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그의 행보는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대조되면서 더욱 여론의 불만을 사고 있다.

2014년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메르켈 전 총리는 거의 매일 통화를 했다.

제재에 망설이는 유럽을 하나로 묶고 이 문제에 관심을 두도록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한 것도 메르켈 전 총리였다.

숄츠 총리로서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재유행, 우크라이나 사태 등 큰 과제를 떠안은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쳐 과감하게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한 사정도 있긴 하다.

지난주 같은 사회민주당 소속이자 푸틴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무력 시위를 한다고 비난하며 러시아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 이사회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해 숄츠 총리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번 회담에서 숄츠 총리는 의제는 독일이 서구 동맹에 헌신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는 출국 전 자국 TV 인터뷰에서 리투아니아 주둔 병력 증강, 동유럽과 중부유럽에 초계비행 추가 가능성 등 강공책을 언급했다.

이후 외교 일정도 예정됐다.

숄츠 총리는 미국에서 귀국한 후 마크롱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비롯해 발트 3국의 지도자를 만난다.

이후 키예프와 모스크바도 방문할 것이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