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에 국내외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야말로 가치주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ed가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에 나서면서 시장의 중심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성장주가 급락하는 동안 가치주는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치주 펀드가 담고 있는 종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치주 투자로 유명한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기업을 살펴보면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긴축 발작에 가치주 뜬다…운용사가 꼽은 유망주 톱픽은?

가치주 펀드 어떤 종목 담았나

국내에서 설정액이 가장 많은 가치주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은 지난해 11월 25일 기준 삼성전자(편입 비중 21.85%), SK하이닉스(3.49%), 현대차2우B(3.46%), KT(2.67%), 하나금융지주(2.61%) 등을 담고 있다. 중소형주 중에선 한전KPS(1.83%), 신도리코(1.29%), 오리온홀딩스(1.22%), 한솔제지(0.97%) 등의 비중이 높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 10년투자(주식)’는 삼영무역 비중이 5.12%로 가장 높았다. 이 밖에 동원개발(4.06%), 디티알오토모티브(4.05%), 넥센(3.91%), 영원무역홀딩스(3.10%) 등 중소형 가치주를 대거 담고 있다. KB자산운용의 대표 가치주 펀드인 ‘KB밸류포커스’는 골프존(9.89%), 한솔케미칼(7.26%), 티앤알바이오팹(6.60%), 네이버(5.92%), 티와이홀딩스(4.08%) 등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주 펀드는 매 분기 자산운용보고서를 발표한다. 가치주 특성상 한 번 투자한 종목을 오래 보유하기 때문에 구성 종목과 편입 비중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과거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가치주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운용사 5% 담은 종목 보니

운용사가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은 한솔제지(7.33%), 화천기공(6.22%), 피에이치에이(5.6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운용사가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종목으로 모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삼영무역(6.54%), 동아타이어(5.28%)에 투자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뉴딘홀딩스(13.61%), KTB투자증권(9.93%), 비엔디생활건강(6.69%) 등을 담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아세아시멘트(7.66%), 태평양물산(6.98%), KSS해운(6.50%), 아세아(6.26%) 등의 지분이 높았다.

자산운용사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 매입해선 안 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는 지분 공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운용사가 특정 종목의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다가 주가가 급등한 뒤 추가로 사들여서 5% 공시를 낼 수 있다”며 “운용사가 각 종목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었고 어느 가격대에 매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K·메리츠 등 지주사 유망”

전문가들은 가치주 종목을 고를 때 특정 지표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의장은 “PBR 0.5배, 주가수익비율(PER) 5.0배 이하인 종목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노력도 중요한 지표”라며 “가치주가 ESG 경영을 강화하면 주가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주사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지주사는 PBR이 낮아 주가 부담이 적고, 배당수익률이 높아 지배구조 관련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대주주 지분이 높은 지주사는 회장이 주가를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메리츠금융지주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SK를 추천했다. 최 대표는 “지주사에 투자할 땐 지분투자와 자회사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며 “SK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 성장 산업에 맞게 재편하면서도 실적이 좋은 지주사”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