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시 상장이 임박한 기업에 투자하는 그로스캐피털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이미 상장한 기업에 비해 성장 기대감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극복을 위해 미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면서 비상장 기업 투자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임박 기업에 투자, 그로스캐피털로 돈 몰려…작년 1분기 기준 9200억달러
9일 금융정보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미국 그로스캐피털 시장의 전체 투자액은 9200억달러(약 1108조원)에 달했다. 2016년 말보다 두 배로 늘어난 규모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그로스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통 벤처캐피털(VC)과 상장사 지분 등을 바로 매입하는 사모펀드 사이에 존재하는 시장이다. 스타트업 투자에 비해 위험이 낮지만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가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로스캐피털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재무구조와 사업 모델이 비교적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투자자들이 적은 지분을 대가로 비상장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다. 투자회사 애덤스스트리트의 제프 딜 투자책임자는 “이 영역은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최근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캐피털 시장에서 투자 붐을 일으킨 회사는 세계 4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영국의 퍼미라는 두 번째 그로스캐피털 펀드를 조성해 40억달러를 모금했다. 목표액인 25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그로스캐피털 시장은 연평균 21%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와 VC 시장은 각각 10%, 16% 커졌다.

지난해엔 미국 비상장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도 3298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2020년(1666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세계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6710억달러를 조달했다. 2020년보다 90% 늘었다.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로스캐피털 시장엔 VC는 물론 사모펀드,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운용사까지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품 논란까지 일고 있다. 비상장 기업 대상 투자 시장이 커지자 대형 기업들이 상장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