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朴과 '악연 아닌 악연'…향후 朴메시지 '양날의 칼' 될수도
국힘, 사면 환영속 대선 미칠 영향 주시…尹 이번주 TK행보 주목

국민의힘이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특별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향후 관계 설정 수위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향후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정권교체'를 내건 윤석열 후보의 보수표 결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역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면은 그 자체로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병중인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할지, 또 대중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등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속내가 복잡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박 전 대통령간에 얽힌 '악연 아닌 악연' 관계 탓이다.

윤 후보는 2016년 탄핵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돼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낸 바 있다.

불가근불가원…'박근혜 사면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거나,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세력이 윤 후보에 대한 집단 비토에 나설 경우 대선 국면에서 보수진영 내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둘 사이 향후 관계 설정에 따라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게는 정권교체 드라이브에 모멘텀이 될 수도,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겉으로는 반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과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을 경계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 후보는 오는 29∼30일 대구·경북(TK) 방문이 예정돼 있다.

사면 발표 이전에 계획된 일정이지만, TK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윤 후보 측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생방문의 취지에 맞지 않는 다른 발언은 최대한 삼갈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건강 회복을 기원할 수는 있지만 대선이나 정치와 연결 짓는 발언은 오히려 박 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신중한 기류를 전했다.

윤 후보에게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필요한 난제인 셈이다.

무턱대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지지 호소를 당부하자니, 탄핵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요구받을 수 있다.

간신히 건너온 '탄핵의 강'을 새로 건너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도 진영의 거부감을 고려하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로 지난해 총선 때 박 전 대통령은 옥중 서신을 내고 야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지만 당은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하며 철저히 심판받았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동정론을 보이는 TK 정서를 완전히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옛 진보 진영 인사들과 대거 손을 잡고 잦은 호남행 발걸음으로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윤 후보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관계 문제를 두고 그야말로 '불가근불가원'의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불가근불가원…'박근혜 사면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
한 선대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메시지 내용에 따라 여권이 노린 보수진영 갈라치기 또는 자칫 중도 이탈도 있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윤 후보가 금명간에 박 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후보 측 인사는 "코로나로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을뿐더러, 유선상으로 연락도 공개적으로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반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핵심 관계자는 "보수의 정권교체 열망이 크다.

일부 지역과 강성 지지층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판도를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에 있어서 윤 후보에게 좀 더 명확한 태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선대위 조직체계를 둘러싼 갈등 속에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이준석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문제와 관련해 윤 후보의 입장이 "민감할 것"이라면서도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검사로서 명쾌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본인도 당분간 침묵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19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 당분간 외부인 접촉이 쉽지 않은 데다, 정권교체 승패가 엇갈리는 대선정국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일단 병원 치료 기간 중엔 가족을 제외한 정치인들은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소 내년 2월 초까지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