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미성년자들의 낙태 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아도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내년 1월1일부터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미성년자들의 낙태 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아도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일리노이주가 내년 1월1일부터 미성년자들의 낙태권을 확대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세 이하 미성년자가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선 타임즈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7일 민주당 소속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6)가 17세 이하 미성년자가 낙태를 원할 때 부모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기존 법을 이달 말일부로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리츠커 주지사는 "기존 법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거나 강간·학대 피해를 본 미성년 임신부들에게 또 다른 벌이 될 뿐"이었다"면서 "생식권을 보호하고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자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할 최소한의 부모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며 프리츠커 주지사를 비난했다.

낙태는 짧게든 길게든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고, 부모는 미성년 자녀에게 올바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리노이주의 이번 조치가 미 중서부 전역의 미성년 여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이 일기 전부터 일리노이주는 미 전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권을 가진 주 가운데 하나였다. 앞서 2019년에는 낙태 시 배우자 동의·일정 시간 대기 등의 조건을 없앴고, 임신 20주 이후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처벌 및 낙태 시설 제재 규정 등을 삭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수 성향의 주에서 일리노이주로 '낙태 여생'을 오는 여성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노이주 보건부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타 주 여성은 2014년 2970명, 2017년 5528명, 2019년 7534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