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직장인 A씨는 연말을 앞두고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개설을 고민 중이다. 이미 증권사 연금저축 계좌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지만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증권사들은 연금계좌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은 천차만별이다. 목돈이 필요해 중도 인출할 경우 그간 받은 세금 혜택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IRP나 연금저축으로 세액공제 받을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연말정산 효자’ 연금저축·IRP 차이점은

먼저 연금저축과 IRP의 차이점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연금저축은 개인연금, IRP는 퇴직연금의 일종이다. IRP는 근로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다. 직장인, 자영업자, 공무원, 군인, 교직원 등이다. 연금저축은 이런 제한이 없다.

납입 한도도 다르다. 연금저축은 소득에 따라 연간 300만~400만원까지, IRP는 소득 상관 없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IRP는 주식형 펀드, ETF 등 위험자산에 적립금의 70%만 투자할 수 있다. 반면 연금저축은 위험자산 투자 한도에 제한이 없다.

연금저축만으로는 세법상 연금계좌 세액공제 최대 한도(700만원)를 다 채울 수 없다. 이 때문에 IRP에 추가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세액공제를 받는 게 무조건 최선은 아니다. 김민정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팀 세무사는 “몇 년 안에 목돈이 필요하다면 IRP는 중도 인출이 안 돼 곤란함을 겪거나 높은 세율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저축과 IRP는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 이후 연금 수령을 개시해야 연금을 받는 동안 낮은 세율(연금소득세 3.3~5.5%)로 이득을 볼 수 있다. IRP는 무주택자 가입자 본인 명의의 주택 구입·개인회생 등 사유 외에는 중도 인출이 되지 않는다. 연금저축은 중도 인출이 가능하지만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DB·IRP)을 합쳐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연금계좌(연금저축·퇴직연금)를 통한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싶다면 12월 31일 영업시간 종료 전까지 납입해야 한다.

소득·나이·ISA 만기 금액 따져봐야

IRP와 연금저축 세액공제 혜택을 결정 짓는 주요 변수는 소득 수준, 나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 금액이다.

먼저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진다. 근로소득만 있을 때는 연간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라면 최고 공제율 16.5%를 적용받는다. 그밖에 소득이 있어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경우라면 종합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여야 공제율 16.5% 대상에 해당된다. 총급여 5500만원 초과 또는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초과 시에는 공제율이 13.2%로 낮아진다.

나이가 만 50세 이상이라면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추가 혜택이 있다. 정부는 2020~2022년에 한해 50세 이상 연금계좌 가입자는 세액공제 납입금액 한도를 200만원 늘려주기로 했다. 연금저축 단독은 600만원, IRP 단독 또는 IRP+연금저축을 더한 한도는 900만원으로 확대했다. 단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다.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 또 하나 있다. ISA 만기 해지 후 60일 이내에 만기 금액을 연금계좌에 입금하면 입금 금액의 10%(최대 300만원 한도)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 수준 및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한 제한도 없다.

예컨대 IRP에 가입한 51세 B씨가 올해 ISA 만기자금 3000만원까지 연금계좌에 입금한다면 IRP 세액공제 한도 700만원+50세 이상 추가 한도 200만원+ISA 만기 전환금 300만원, 즉 최대 12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총급여가 5500만원, 종합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라면 16.5%의 공제율로 198만원의 세금을 공제받게 된다.

올해 가기 전에 중개형 ISA 개설해둘까

투자와 절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만능절세통장’ ISA도 눈여겨봐야 한다. ISA는 일임형·신탁형·중개형 세 종류가 있다. 올해 2월 출시된 중개형 ISA는 예·적금을 비롯해 국내 상장 주식 및 ETF, 펀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계좌다.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2023년부터 중개형 ISA를 통한 국내 상장 주식과 주식형 공모펀드 투자 수익에는 전면 비과세하기로 했다.

김 세무사는 “당장 투자 계획이 없더라도 중개형 ISA를 미리 만들어두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는데 미리 중개형 ISA를 만들어둘수록 비과세 혜택 한도가 늘어나서다. 중개형 ISA의 납입 한도는 총 1억원, 연간 2000만원인데 이 연간 한도는 다음해로 이월이 가능하다. 2023년에 계좌를 만들면 200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올해 만들어두면 3년치 한도인 6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개형 ISA 의무가입 기간은 3년이다.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 세무사는 “중개형 ISA를 일찍 만들어두면 만기를 빨리 채울 수 있어 추후 세액공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