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걷어내고 내 숨소리에 집중…어느새 두 눈이 스르륵
한여름 숲속에 온 듯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도 난다. 눈을 감고 편하게 누워 천천히 심호흡한다. 내레이터가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숨과 밖으로 빠져나가는 숨을 느껴봅니다.” 그의 말을 따라 호흡에 집중한다. “이제 어깨를 살펴보겠습니다. 긴장되거나 뭉친 부위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명상 앱 ‘캄(calm)’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명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숙면을 위해 명상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TV 등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전문가의 명상 세션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명상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명상 프로그램 수요가 늘었다”며 “퇴근 후 집에서 10분씩만 꾸준히 투자해도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숙면을 위한 명상 대부분은 편한 자세에서 시작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온몸의 힘을 푼다. 이어 신경을 몸의 한 곳에 집중시킨다. 발바닥부터 다리, 골반, 팔 등으로 초점을 옮겨가며 촉각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식이다. 수면에 방해가 되는 잡념을 없애는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했는지 순서대로 떠올려보라는 명상 프로그램도 있다.

2018년 애플 최고의 앱으로 선정된 캄은 30여 년간 명상을 연구한 타마라 레빗의 명상 세션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숙면 명상뿐 아니라 온몸의 긴장을 푸는 명상, 걱정을 없애는 명상 등 다양한 세션을 체험할 수 있다.

미국 정신건강 관리업체 헤드스페이스의 명상 프로그램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소개돼 국내에서 유명해졌다. 스마트폰 앱은 영어로 돼 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한국어로 제공된다. ‘숙면하는 법’ ‘불면증 극복’ ‘수면제에 대한 사실’ ‘완벽한 수면 리듬’ 등 7가지 명상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캄, 헤드스페이스뿐만 아니라 코끼리, 마보, 블림프 등 국내 명상 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음악 콘텐츠가 많다. 10시간 길이의 ‘잔잔한 숙면 음악’은 누적 조회수가 5318만 회에 달한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밖에 캠프파이어 모닥불 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 등 ASMR(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 콘텐츠도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