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프리필드시린지로 바이오시밀러 차별화”
“아일리아 시장은 결국 프리필드시린지(사전충전주사기) 제형 위주가 될 겁니다. 알테오젠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에서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의 효능을 입증하겠습니다.”

6일 ‘2021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2021)’에 참석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발표 직후 기자와 만나 “내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ALT-L9’의 임상 3상에 착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이후 해마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던 흐름을 내년에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3상서 프리필드실린지 효과 확인"

알테오젠은 최근 ALT-L9의 임상 1상을 종료했다. 내년 초 22개국 100개 의료기관에서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후 바로 임상 3상 진입이 가능하다. 이미 판매 중인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을 비교하는 형태다. ALT-L9는 알테오젠이 직접 상용화를 추진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첫 타자다. 미국 리제네론이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가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이번 임상은 유리병(바이알)에 약물이 담겨 있는 형태와 주사기에 이미 약물이 충전 포장된 형태(프리필드시린지)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알테오젠은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의 미국·유럽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아일리아의 개발사인 리제네론은 2019년 프리필드시린지 제형 제품을 출시한 뒤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만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 아일리아 시장에서 바이알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에서도 프리필드시린지 제품을 내놔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2025년 유럽 특허가 만료되는대로 ALT-L9을 유럽에 판매할 계획이다. 바이알 제형과 프리필드 시린지 제형 모두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7년 판매가 목표다. 미국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전에 신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생산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프리필드시린지 제품은 유럽에서 만들 계획이다. 알테오젠의 자회사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ALT-L9의 임상 3상을 총괄한다.

"테르가제 2023년 본격 매출 나올 것…해마다 1건씩 기술수출"

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알테오젠의 기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다.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인 ‘ALT-B4’를 이용하면 바이오의약품을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형태로 바꿀 수 있다. 알테오젠은 이를 지난해 익명의 글로벌 제약사에, 올 1월에는 인도 인타스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해마다 1건씩 기술수출을 하겠다”며 “그래야 자체 후보물질(파이프라인)에서 매출이 나오기 전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테오젠은 면역관문억제제 등 항체치료제 위주로 ALT-B4의 기술이전계약 논의를 진행 중이다. 비독점적 형태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 같은 항원을 표적하는 치료제라 할지라도 다른 개발사에 각각의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단일 제품으로 만든 ‘테르가제’는 단회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임상을 마치면 추가 임상 없이 바로 제품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내년 봄에 해당 임상을 끝낸 뒤 연말 허가를 받아, 2023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그간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통증 및 부종 완화 등의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동물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알레르기나 면역거부 반응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알테오젠은 인체에서 유래한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ADC 사업 분사도 검토"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에 쓰이는 성장호르몬 제품인 ‘ALT-P1'은 내년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제품을 도입한 브라질 크리스탈리아가 임상을 주도한다. 말단비대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ALT-B5’는 내년 전임상을 할 예정이다. 기존 제품인 미국 화이자의 소마버트보다 투약 빈도를 줄여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알테오젠이 다음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은 유방암과 난소암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사업에 회사 역량의 대부분을 집중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ADC 사업을 자회사로 떼내 추진하는 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