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금성오락실. 연합뉴스
성수동 금성오락실. 연합뉴스
인형과 피규어가 잔뜩 쌓인 우리 집도 좋다. 하지만 낯선 장소에서 내가 아직은 갖지 못한 장난감들 속에 폭 빠져드는 것도 ‘키덜트’들의 낙이다. 피규어도 좋고, 테디베어도 좋다.

남의 장난감도 내 장난감같이 사랑하는 키덜트들을 위한 명소가 전국 곳곳에 있다. 장난감 마니아이면서 그렇지 않은 척 ‘일코(일반인 코스프레)’하고 가족, 연인과 함께 나들이 겸 나가보는 것도 좋다.

아빠와 아들이 같이 즐기는 오락

서울에선 요새 ‘성수동 힙스터’의 눈길을 끌고 있는 장소가 있다. LG전자가 10월 21일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로 운영하고 있는 ‘금성오락실’이다. 번쩍번쩍한 네온사인을 따라가면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들어가면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광섬유들로 꾸며진 공간이 나온다. 너구리, 슈퍼마리오, 철권, 카트라이더, 스타크래프트,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추억의 게임부터 최신 콘솔 게임, 레이싱 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

아빠가 하던 게임을 아들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차원이 다른 화질과 성능을 보유한 LG 올레드TV로 게임을 즐기면 화면을 오랜 시간 봐도 눈이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취향이 더 독특한 키덜트라면 ‘국전’을 찾아보자.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근방에 있는 ‘국제전자센터’ 9층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키덜트의 성지다.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만큼은 아니지만 피규어숍, 게임숍, 프라모델숍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중고거래도 가능해 지갑을 열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적지 않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연예인 심형탁 씨, 지숙 씨가 방문한 이후로 대중적인 관심이 커진 곳이기도 하다. 인터넷으로도 구할 수 없는 ‘레어템’ 피규어를 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키덜트 성지 '금성오락실'…아빠·아들 함께 게임한판!

숲속 스누피와 함께 힐링

지역적 특성을 살린 키덜트 명소도 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전주한옥마을점’이 대표적이다. 입구에는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네오와 프로도가 손님을 맞이하고,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복을 입고 갓을 쓴 ‘갓라이언’이 반긴다.

이 매장에는 다른 매장에서 찾을 수 없는 ‘전주 특화’ 상품이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전주향교, 전주 경기전, 덕진공원, 한옥마을 등 전주의 유명 관광명소를 배경으로 유생 체험을 하는 카카오프렌즈 ‘전주 유생프렌즈’가 그 예다. 전주 명물인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를 라이언이 새겨진 버전으로 즐길 수도 있다.

한국 대표 여행지 제주에도 키덜트를 위한 관광지가 많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2001년 문을 연 ‘테디베어뮤지엄’은 테디베어를 다양한 테마로 전시한 테마파크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루이비통 테디베어와 드라마 ‘궁’의 엔딩 장면에 나오던 테디베어 커플이 유명하다.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라는 명대사를 잊지 못하는 만화 ‘피너츠’ 팬이라면 야외에서 스누피와 함께 힐링을 할 수도 있다. 작년 7월 제주시 구좌읍에 문을 연 ‘스누피가든’에는 모든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는 물론 피너츠 에피소드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스누피를 그저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로만 아는 ‘머글(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도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8만2000여㎡(약 2만5000평) 부지에 펼쳐진 야외공간에서는 아이들도 신나게 뛰어놀기에 가족 여행객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고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