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엄격·절제 장가오리, 이제 비밀주의 중국 시스템 상징으로"
"펑솨이 폭로, 비밀주의 사로잡힌 중국 정계 민낯 드러내"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6)가 장가오리(張高麗·75)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중국 정계의 비밀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장 전 부총리는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권장하는 엄격함과 절제된 행보를 보여왔지만, 펑솨이의 폭로로 이제 비밀을 중요시하고 공개적인 설명을 억제하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상징이 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전 부총리는 중국 공산당이 관료들에게 부여하는 엄격함과 절제, 충성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각종 스캔들과 논란에서 벗어나 있었고, 단조롭고 냉담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언론에서 소개된 그의 성격은 '무뚝뚝함, 절제(low-key), 과묵함'이다.

관심사는 책, 테니스 등이다.

그러나 펑솨이의 미투 폭로 이후 그는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고, 중국 관료들이 내세웠던 청렴한 생활의 이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주드 블랑쉐는 장 전 부총리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열심히 키워온 평범한 당원 이미지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투명하고 가부장적인 체계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서 이런 식의 권한 남용은 드물지 않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펑솨이 폭로, 비밀주의 사로잡힌 중국 정계 민낯 드러내"
NYT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임기 초반 관영매체를 통해 관료들의 성 비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시 주석의 최우선 과제는 당 지도부의 부패 척결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한때 실종설이 나돌았던 펑솨이의 안전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중국 내에선 그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정부와 소셜미디어 기업은 펑솨이에 대한 언급을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다.

제도권 언론은 장 전 부총리를 보여주거나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고, 펑솨이의 주장에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펑솨이의 실종설에 대해 악의적이고 과장된 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내 논의는 최소화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에서 오래 근무한 전 언론인 루이자 림은 "펑솨이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조차 그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펑솨이 폭로, 비밀주의 사로잡힌 중국 정계 민낯 드러내"
반면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중국에선 금지된 트위터에 펑솨이의 안전을 입증하기 위해 그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공산당에 반기를 든 인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는 전형적인 전개 방식이 이번에도 재현됐다고 전했다.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라진 후 공식 채널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압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2018년 이중계약에 의한 탈세 파문 후 사라졌던 인기 배우 판빙빙(范氷氷), 2017년 신장 지구에서 구금됐던 위구르 음악가 겸 시인 압둘라힘 헤이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선임연구원 야추 왕은 이를 중국 정부가 위협으로 보는 인물을 다룰 때 쓰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가 누군가의 행방이나 안전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중국은 '이봐, 괜찮잖아'라며 조작된 동영상을 공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