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프란체스코 벤추라
/사진=프란체스코 벤추라
평생 일부일처제로 살아가는 알바트로스의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사유는 지구온난화다. 수온 상승에 따른 물고기 개체 수 감소로 먹잇감을 찾아 더 먼 여정을 떠난 알바트로스가 관계 유지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알바트로스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아지는 점도 이혼율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왕립학회가 지난 15년간 남대서양에 위치한 포클랜드 제도에서 검은눈썹알바트로스 1만5500쌍을 조사한 결과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해 이들의 이혼율은 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은눈썹알바트로스의 평균 이혼율 1~3% 보다 높아진 것이다.

알바트로스는 파트너에게 충실하기로 유명한 동물 중 하나다. 춤으로 짝을 유혹하고 대체로 이때 택한 파트너와 한평생을 보낸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가 이들 사이의 불화를 유발하고 끝내 갈라서게 만들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프란체스코 벤투라 리스본 대학 연구원은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알바트로스가 더 오래 사냥하고 더 멀리 날도록 내몰리고 있다"며 "만약 새들이 번식기 동안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들의 파트너는 새로운 누군가에게로 옮겨갈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척박해진 환경에서 알바트로스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상승한다"며 "새들이 이를 느끼고 그들의 파트너를 비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알바트로스의 개체 수도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환경보존부의 수석 과학 고문 그레임 엘리엇 박사는 "연구하고 있는 알바트로스의 개체 수가 2005년 이후 매년 5~10%씩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새들을 구하기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지구온난화를 되돌리지 않는다면 알바트로스는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