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중 최초로 사형 선고…추징금 납부 거부하며 일가가 소송전
최근에는 회고록으로 광주에서 재판받아와
[전두환 사망] 단죄받은 '성공한 쿠데타'…사면 후에도 줄곧 재판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퇴임 후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1988년 퇴임한 전 전 대통령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공안1부(장윤석 부장검사)는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통치행위 이론을 근거로 쿠데타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만큼 사법부가 이를 판단할 수 없어 공소권이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여론이 들끓었고 헌법재판소는 성공한 내란도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국회에서 5·18 특별법이 제정·공포되자 전 전 대통령은 재수사 끝에 1995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기소 됐다.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을 주도한 혐의(반란수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10개의 혐의를, 노 전 대통령도 반란모의 참여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의 혐의를 받았다.

두 전직 대통령은 서울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의 전신)에서 나란히 재판을 받았다.

당시 417호 대법정 피고인석에서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손을 맞잡은 이들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구호 아래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심판하고 있으나, 현실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역사를 자의로 정리하고 재단할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도 "역사는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어도 심판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2천259억5천만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령했고, 항소심은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원으로 감형했다.

노 전 대통령도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과 추징금 2천838억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7년과 추징금 628억원으로 감형됐다.

이 판결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무엇보다 변호인 측의 '성공 쿠데타 사법처리 불가론'을 용인할 수 없고 12·12사건의 군형법상 반란혐의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며 사법적 단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4월 17일 "명시적인 국민적 합의가 없는 어떠한 헌법 질서 문란행위도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소위 '성공한 쿠데타'를 명분으로 한 사법처리 불가론도 국민공통의 합의가 없는 한 수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성공한 쿠데타'를 내세운 5공 세력의 줄기찬 자기합리화는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법적으로 단죄됐다.

[전두환 사망] 단죄받은 '성공한 쿠데타'…사면 후에도 줄곧 재판
수감된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판결 확정 약 8개월만인 1997년 12월 풀려났으나 전직 대통령 예우는 박탈됐다.

전 전 대통령은 사면 후 줄곧 연희동 자택에서 경호를 받으며 머물렀지만, 추징금 납부를 둘러싸고 잡음을 빚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2천억대의 거액의 추징금에도 전 전 대통령은 본인 명의의 전 재산이 29만원 뿐이라며 납부를 거부했다.

검찰은 전씨의 아들 등에게 넘어간 재산을 추적해 절반가량을 환수하고 남은 추징금 환수를 위해 2018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법원에 이의를 신청하는 한편 다수의 행정소송을 내는 등 여러 소송으로 맞섰다.

법원은 본채와 정원은 불법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며 압류를 취소했지만, 별채는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매 처분을 유지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