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자금 유입이 주춤해지면서 올해 역대급 공모주 물량이 이제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리 치솟고 증시 주춤…"유동성 가뭄 대비를"
5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96개 신규 상장 기업이 공모시장에 내놓은 주식 가치는 공모가액 기준 총 17조1632억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가 공모정보를 공시하기 시작한 2012년 후 최대다. 직전 최고 기록이던 2017년 7조9736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가면 공모 규모는 20조원을 웃돌 것”이라며 “올해는 공모주 분야에서 모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선 유상증자까지 감안하면 전체 발행 물량이 2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은 주가 상승기 유동성을 흡수하고 하락기엔 조정 폭을 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직전 호황기였던 2017년 코스피지수는 22% 올랐지만, 이듬해 17% 하락했다. 신규 상장이 많은 코스닥시장은 지난 4일 현재 상장기업 수가 총 1512개사로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전인 2019년 말 이후 113개사(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39조원에서 428조원으로 78% 급증했다.

과도하게 찍어낸 신주가 악성 매물로 돌변한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다. 1999년 당시 100여개사(뮤추얼펀드 제외)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2조원대 자금을 흡수했다. 유상증자도 100건이 넘었다. 당시 코스닥 상장 기업 네 곳 중 한 곳이 새 주식을 찍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증시는 급격히 방향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2000년 말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고가 대비 81.5% 떨어진 데는 기업의 성장성 우려보다 신주 물량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