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상 메시지로 소통하는 동안 美 다자무대 광폭 행보
엄격한 '제로 코로나' 기조·'대타' 없는 권력집중 등 배경
바이든이 꼬집은 시진핑 대면외교 중단…중국에도 딜레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해외출장 및 대면 외교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중국도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국의 정상 대면 외교공백 상황에서, 중국과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은 정상이 직접 나서 중국 포위망 확대를 시도하는 형국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이탈리아 로마) 및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영국 글래스고) 참석차 유럽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며 시 주석의 부재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경제 회복 문제 등을 논의하는 외교 무대에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1위 국가이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 정상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시 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G20 정상회의에 참석시켰고, 기후변화협약 총회에는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 특사를 보냈다.

시 주석은 G20 회의에서 영상 연설을 했고, 기후변화협약 회의에는 서면 인사말로 입장 표명을 갈음했다.

시 주석은 이번 두 건의 국제회의에만 불참한 것이 아니다.

작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후 일체의 해외 순방 외교 일정을 중단한 채 영상 회담과 전화 통화로만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에서의 다자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하며 다양한 양자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그 계기에 동맹국과 우방국들을 규합해 공급망 대책 회의까지 별도로 개최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의 양국 정상 외교전을 복싱 경기에 비유하자면 챔피언이 인파이팅을 하고, 도전자는 아웃복싱을 하는 형세다.

더욱이 G20과 기후 회의 등에 중국 정상이 대면 참석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동맹중심 외교를 '소그룹 외교'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중국의 대외 메시지와도 엇박자인 측면이 있다.

시 주석도 영상 정상회담을 빈번하게 소화하며 대면 외교 공백을 최소화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정상 간에 솔직한 소통이 가능하고 친밀감도 쌓을 수 있는 대면 외교에 비해 '온라인 외교'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분명하게 설명한 적은 없으나 시 주석의 '외교적 장기 칩거'는 코로나19 방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시 주석이 해외 출장은 물론 외국 정상의 방중에 의한 정상회담까지 보류한 것은 베이징으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현재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3주 시설격리를 적용하는 등 방역의 '만리장성'을 쌓은 정책 기조와 관련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방중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답방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정부는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거론한 것이 이런 추정의 근거 중 하나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최대 국제행사가 될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시 주석의 주석직 3연임이 결정될 전망인 공산당 20차 당대회 등 국제 및 국내 정치의 중대 일정이 내년에 잡혀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건강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또 중국이 세계적 '위드 코로나' 추세와 다르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국민들의 외국행을 극도로 억제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국민에게 불편을 감내하게 하고 있는 터에 시 주석에게만 3주 격리의 예외를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열 2위였던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정상외교에서 상당한 역할을 분담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집권기에 비해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색채가 옅어지면서 내치와 외교 모두 시 주석에게로 집중된 상황이 코로나 국면에서 중국 외교에 예기치 못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