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들. 사진=연합뉴스
"수능 앞두고는 서로 배려하는게 당연하지 않나요? 여기 대한민국 교육 1번가에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이달 중순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에 대한 현지 주민의 얘기다. 은마아파트에는 오는 18일 예정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단지 내 수험생들을 위해 소음과 진동 등을 내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일부 매체의 지적과는 달리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알아서 소음을 주의하는 게 대치동 인근 지역의 불문율이라는 전언이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치동은 자녀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지역"이라며 "은마아파트는 낡은데다 인테리어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더욱 주의를 당부하는데, 대부분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수능이 아니더라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공사를 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덧붙였다.

3일 대치동 일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소음을 내지 않는 것이 인근 지역의 불문율이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굳이 은마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이달 입주하는 대치동 가구 대부분은 공사를 멈췄다. 시험 기간마다 늘 그런다"며 "수년간 암묵적으로 지켜오던 것이고, 대치동으로 전입하는 가구들도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한 것이기에 문제될 것 없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공사 금지 안내문이 걸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공사 금지 안내문이 걸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다만 시험기간 공사를 중지한다는 암묵적 관례가 공고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안내문에는 '수능에 응시할 단지 내 수험생들을 위해 11월 1~18일까지 모든 공사를 한시적으로 중지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인근의 선경아파트도 '시험 준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진동·소음을 발생시키거나 유독성 냄새를 유발하는 공사를 통제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는 "이전까지 공사를 중지한다는 공고가 붙은 적은 없었다. 올해 이례적인 점이 있다면 이것"이라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올해 특별히 공고를 통해 공사 중지를 요청한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은 수능 일주일 전부터 등교를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매년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가 시험을 보던 때와는 다른 환경이다보니 주민들간의 조심을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이달부터 '위드코로나'로 인해 각종 모임과 외출이 잦아지고 있다. 반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 등 공공장소를 찾는 대신 가정 내에서 안전하세 시험을 준비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웃으로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