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작가 /사진=SNS
소재원 작가 /사진=SNS
형편이 넉넉지 않은 친구가 결혼식에서 축의금으로 3만원을 낸 게 미안하다며 보내온 선물에 감동했다는 사연이 화제인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이가 소설가 겸 드라마 작가 소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식에 와서 3만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결혼식 때 3만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 유일하게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였는데 억지로 녀석을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짧은 편지만 놓고 식이 끝나기도 전에 내려가버렸다"고 했다.

편지에는 야간 일을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는 내용과 함께 축의금을 넉넉하게 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친구의 형편을 알았기에 부담을 주기 싫어 청첩장도 보내지 않았지만, 결혼 소식이 보도되면서 친구가 알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왕복 차비까지 족히 10만원은 썼을 친구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이후 친구는 택배로 선물까지 보냈다고. 글쓴이는 "따뜻해 보이는 명이 옷이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였다.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만 입히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을 공개한 이는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소재원 작가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글을 게재했다.

소 작가는 "작년 오늘, 자네의 이야기를 적은 내 글이 SNS에 남겨져 있었다. 자네가 그리워 오늘 여기저기 자네와 나의 일화를 담은 글을 작년에 올렸을 때처럼 그대로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은 살아가야 한다는 핑계가 소중한 것을 멀어지게 만들고 잊고, 잃게 만드는 듯하다"면서 친구를 향해 "우리 고향은 단풍이 무척이나 예쁘지 않냐. 그 단풍 우리 아이들과 나와 자네 두 손 꼭 잡고 구경하며 놀아보자"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도 묻지 못하는 안부가 오늘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네 목소리도 듣지 못했단 말인지. 아쉬움도 아쉽다. 그저 자네와 단풍놀이 한번 제대로 하고 그 힘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볼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