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출가로 돌아온 나르샤/사진=김영우 기자
공연 연출가로 돌아온 나르샤/사진=김영우 기자
카메라 밖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남다른 열정으로 본업 외 일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스타들을 직접 만나 봅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그들의 이중생활을 만나보실까요.

성인돌. 나르샤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다. 나르샤는 2006년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이하 브아걸)로 데뷔했다. 당시 귀여움을 강조하는 다른 걸그룹들과 달리 성숙한 섹시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 완벽한 가창력까지 겸비한 브아걸은 '성인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대를 앞서간 음악으로, 솔직한 입담의 DJ로,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튀지 않는 연기자로 다방면 활약을 이어왔던 나르샤가 이번엔 자신의 색깔을 담아 공연을 준비했다. 여성들의 욕망을 담은 창작극 '와일드 와일드'(WILD WILD) 시즌1 '판타스틱 나이트메어'(Fantastic Nightmare)(이하 '와일드 와일드')에서 나르샤는 연출가로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오는 15일 프리뷰쇼를 시작으로 19일부터 오픈런이 시작되는 '와일드 와일드'는 예매 시작 당일 전체 예매율 3위, 뮤지컬 예매율 2위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르샤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하나"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그냥 나르샤라고 해달라"고 했지만, "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공연의 연출을 맡겠냐"면서 자신감을 내비쳐 호기심을 자극했다.

▲ 나르샤가 공연 연출을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아는 그 나르샤가 맞는지 이름을 다시 확인했죠.

놀라셨나요?(웃음)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공연을 갔을 때 그 나라의 쇼를 많이 봤어요. 우리와 달리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종류도 많고요.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쇼를 사람들이 대중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문화로 보더라고요. 그게 충격이었고,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브아걸 콘서트로 인연을 맺은 노성일 감독님이 1년 전쯤 '이런 쇼를 하는데, 네가 연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하고 했죠.(웃음)

▲ 감독님이 어떤 모습을 보고 제안하셨을까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진 않았는데, 저랑 같이 오래 작업을 했고, 저의 성향, 스타일, 일하는 방식을 두루두루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작품 얘길 많이 주고 받았고, 1년 동안 기획부터 섭외까지 진행했어요.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이제야 무대에 올리네요.

▲ 코로나19로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제한된 부분이 많았어요. 관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어려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안전하게 끝까지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많이 애쓰고 있어요. 그래서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공연 연출가로 돌아온 나르샤/사진=김영우 기자
공연 연출가로 돌아온 나르샤/사진=김영우 기자
▲ 평소에도 갈망했던 분야였지만, 실제로 해보니 이상과 달랐던 부분도 있지 않았나요?

보는 것과 하는 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이전엔 관객의 입장으로 즐기기만 했다면, 이제 공연을 열기 위한 입장이 됐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보여요. 또 제가 퍼포머이기도 했기에 연출을 하면서 보기 싫어도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이전엔 무대 그 자체에만 집중하면 됐다면, 이젠 무대 외에 모든 걸 다해야 했고요. 그렇다고 감독님이 저에게 제안한 이유 중 하나가 무대 경력일 텐데 그걸 놓치고 갈 수 없고, 공연을 했던 사람이니 배우들의 마음까지 다 알겠고 미치겠더라고요. 양쪽의 입장을 동시에 가져가야 하다보니 많이 힘들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 싶고.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괴롭혔죠.(웃음) 제가 다짜고짜 '제가 이걸 왜 해야할까요?'라고 하면 감독님은 '르샤야, 왜 그래'라며 얘길 들어주셨어요. 감독님과 스태프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 '와일드 와일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각자가 생각하는 판타지가 있는데, 저는 그게 꿈꿀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눈 뜨자마자 녹음을 하고 그래요. 현실이 아닌 것에서 느껴지는 것들,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 보고 싶었어요. 그걸 공연으로 표현한 거죠.

▲ 연출을 하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요. 힘들진 않았나요?

힘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것 하느라 제대로 못하네' 이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았어요. 몸이 힘든 건 당연한 거라 여겼죠. 그래서 주변 분들도 저를 이해해 주시는 거 같아요. '와일드 와일드'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했어요. 기획은 물론 캐스팅, 음악까지 다 참여했죠. 특히 캐스팅을 할 때 이 무대에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많이 고민했어요. 안무 감독님과 함께 오랜 시간 투자했죠.

▲ 이전에 한 활동들이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요?

알게 모르게 뿜어져 나온 게 있던 거 같더라고요. 오래 무대에 올랐고, 연기 경험도 있고 하니까 배우들도 그런 부분에서 안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따라 주더라고요.

▲ '와일드 와일드'를 통해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봐줬으면 하나요?

제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 공연을 준비했는지 봐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저는 본업은 가수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앨범이 아닌 공연으로 풀어낸 게 '와일드 와일드'고요. 그래서 이번에 음악 작업도 굉장히 신경썼어요. 음악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정말 많이 괴롭혔죠. 공연의 흐름이 음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공연 연출가로 돌아온 나르샤/사진=김영우 기자
공연 연출가로 돌아온 나르샤/사진=김영우 기자
▲ 처음이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 스스로 의심이 될 때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긴 한데, 결국 처음 생각한 게 맞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한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음악도 많이 들었죠.

▲ 주변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었나요?

그런 피드백을 받을 인물을 아직 안 만났어요.(웃음) 공연이 올라가면 평가가 있겠죠.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고, 구멍이 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맞아요. 제가 전공을 하거나 전문 연출자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오는 신선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에게 기회를 줬다고 보고요. 다른 전문가들도 있는데 굳이 저와 한 이유가 한 이유가 있을 거라 봤죠.

▲ 여러 직업을 갖고 있는데 나르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직업은 뭘까요?

전 가수고, 브아걸의 멤버죠. 요즘 새 앨범이 안 나온다고 브아걸 '출신'이라고 소개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는 해체하지 않았어요. 다만 '가수라고 꼭 노래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연출하면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오랫동안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는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나도 하니까 해봐라' 이런 느낌으로 보여주고 싶은 거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