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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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이 2023년부터 디지털세 명목으로 외국에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소재국에 배분토록 하는 디지털세 과세합의안이 통과돼서다.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15%로 정해졌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9일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 13차 총회를 개최해 디지털세와 법인세 최저한세율에 대한 최종 합의문과 시행계획을 내놨다. 포괄적 이행체계에 따르면 140개국 중 케냐 등 4개국을 제외한 136개국이 합의문을 지지했다.

초과 이익의 25% 해외서 과세

디지털세 부과 기준이 되는 초과 이익에 대한 시장소재국 배분 비율은 25%로 정해졌다. 디지털세는 기업의 글로벌 매출을 모두 합산한 뒤 이익률 10%에 해당하는 이익을 통상이익으로, 나머지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분류한다. 통상이익 전체와 초과이익 중 일부는 기존과 같이 본사 또는 사업장 소재지에 납부한다. 초과이익 중 나머지는 매출이 발생한 시장 소재국에 과세권한을 배분해준다. 이번 총회에서 이 비율을 25%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대부분 국가들이 배분 비율을 30%까지 높여야한다고 주장했으나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20%를 제시하면서 중간인 25%선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연결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와 이익률 10%를 모두 넘는 기업이 낸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드러난 실적을 기반으로 과세권 배분량을 추정하면 수천억원의 세금이 해외로 이동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36조80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5조9939억원, 순이익은 26조4078억원이다. 디지털세 체계에서 삼성전자의 통상이익은 10%인 23조6807억원이다. 초과이익은 12조3132억원으로 계산된다.

이중 75%인 9조2349억원과 통상이익 23조6807억원에 대해서는 기존 방식대로 세금이 부과된다. 나머지 3조783억원에 대해선 매출 비중에 따라 과세권이 세계 각국에 배분된다. 한국의 매출 비중이 16%인 것을 고려하면 초과 이익 중 4925억원에 대한 세금은 여전히 한국에 내고, 나머지 2조5857억원은 해외 다른 국가에 배분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작년의 조세공과금 총액 11조1000억원이 계속 유지되고, 국가별 세금 납부 비중 등이 같을 경우를 가정하면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기존 8조1000억원에서 디지털세 도입 후 7조5000억원 선으로 줄어들게 된다. 약 6000억원의 세금이 한국에서 외국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에 내던 세금의 배분 방식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포괄적 이행체계는 이와 함께 각국에서 도입을 예정한 디지털 관련 개별 과세는 모두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주로 유럽에서 추진하던 디지털 서비스세 등이 도입되지 않게 된다. 다만 기존 운영 중인 제도에 대해선 조율을 더 하기로 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15%로 확정

글로벌 최저한세율은 15%로 확정됐다. 기존엔 15% 이상으로 합의했던 것에서 진전된 합의다. 특히 제조업의 실질활동에 관한 최저한세 적용부담을 완화하면서 반대입장이던 아일랜드와 헝가리 등 저세율국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제조업 등의 현황을 고려해 포괄적 이행체계는 유형자산 장부가치와 급여의 5%를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되, 경과 기간 10년을 두기로 했다. 이기간 동안은 첫해 유형자산 장부가치의 8%, 급여의 10%를 공제하되 첫 5년간 연간 0.2%포인트씩, 마지막 5년간은 매년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씩 감소해 공제율을 5%로 맞추기로 했다.

해외진출 초기단계의 다국적기업의 경우 일정기간 비용공제부인규칙 적용을 제외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디지털세와 법인세 글로벌 최저한세율은 다자 협정과 각국의 법 개정을 통해 모델규정으로 구현될 예정이며, 2023년부터 시행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