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여 본부장은 5~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현지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면담을 진행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미 상무부가 반도체 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자료를 요청한 데에 대해 요청 자료의 범위가 방대하고 영업비밀도 다수 포함돼 있어 국내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 측은 전 세계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로 이해한다며 향후 한국 정부의 우려에 대해 관계부처와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미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반도체 공급망 위기에 대한 공개 의견 요청 알림'이라는 글을 관보에 게재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들에 대해 설문조사에 나섰다.

설문 내용을 보면 해당 회사가 제조 가능한 반도체 유형부터 제품별 월 매출 등까지 일일이 적게 하고 있다. 매출 상위에 있는 주력 제품에 대해서는 고객사 명단과 고객별 해당 제품 예상 매출과 비중뿐 아니라 현재 확보 중인 일별 재고 수준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형식은 '자발적 제출 요청'이지만 미국 정부가 45일 내 정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해 우리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나 라이몬도 상무부 장관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강제적 조치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공급망에 관한 추가 정보를 업계로부터 받을 것"이라며 "투명성을 높여 반도체 병목현상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문승욱 산업부 장관에게 미국의 요청에 대해 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날 산자위 국감에서 "우리 기업의 1급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는 매우 부당하다. 깡패 같은 짓"이라면서 "한미 동맹이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한테 전화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산업부에 관련 국감 자료를 요청했지만 '국익과 삼성을 위해서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산업부의 답변을 공개하고 "우리나라 산업부가 미국 산업부인가"라면서 "대한민국 산업부가 왜 미국 편을 드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국익이 달린 문제다. 사자처럼 달라붙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국이 반도체 기밀을 요구하면서 국방물자생산법을 언급한 것은 향후 수급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기업(삼성전자 미국법인)을 국유화하는 수준까지 해서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반도체 기밀 정보 요구는 우리 반도체 기업을 억압하겠다는 뜻"이라면서 "단순히 수출입에 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WTO(세계무역기구)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요구가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업은 일본 업체도 해당한다"며 "여러 상황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