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번 주 유통·물류업 대표기업과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지난 8월 10개 건설업체 대표이사 간담회, 9월 주요 IT기업 CEO 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는 유통업과 물류업 간판기업 대표를 불러모아 안전보건관리 방안 등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 장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5일 고용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오는 8일 오후 유통물류사 10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입니다. 간담회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쿠팡, 컬리, 에스에스지닷컴, CJ대한통운, 한진·롯데·로젠택배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에서는 각 기업들의 안전보건관리 개선 방안, 배송기사의 과로 예방, 청년에게 존중받는 일터 조성 등을 주제로 기업들이 관련 사례를 발표하고 정부가 향후 정책방향 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재해 주무부처인 고용부의 행보에 부담스러운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안 장관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거의 매달 기업 관계자들과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에는 30대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CHO) 간담회를 열고 경력직 채용 대신 공개채용을 확대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이 '당부'에 대해 상당수의 CHO들은 '압박'으로 느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 8월에는 10개 건설업체 대표이사와의 간담회도 있었습니다.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산재예방 노력을 당부하는 자리였지만, 참석 기업들은 모두 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였습니다. 간담회 형식을 빌었지만,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대표를 불러 공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배경입니다.

안 장관은 지난달에는 주요 IT기업 CEO회의도 열었습니다. 통상 IT기업과의 간담회는 주무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었습니다. 최근 네이버 등에서 직장내 괴롭힘 이슈가 있긴 했지만 고용 주무장관이 주요 테크기업 CEO를 한자리에 모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고용부는 유통·물류업 외에도 향후 조선, 철강, 화학 등 다른 업종과의 간담회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마지막 고용장관인 안 장관의 행보가 향후 어떤 효과 또는 역효과를 낼지 그 성적표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