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를 방문해 올레드(OLED) TV 연구 현황을 듣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를 방문해 올레드(OLED) TV 연구 현황을 듣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 회장이 올해 겪은 펜트업(보복) 소비 등으로 인한 코로나19 특수를 내년엔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공유했다. 구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SCM(공급망 관리)을 강화하고, 고객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둬야 한다고 계열사 최고경영진에 주문했다.

1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전날 ㈜LG 및 계열사의 최고경영진 30여 명과 비대면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2022년엔 코로나 특수가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지역, 제품에 대한 시장 예측력을 높이고 SCM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공급망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LG 측은 강조했다.

최근 LG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공장 폐쇄와 재개가 반복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는 공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과 서비스가 아무리 우수해도 SCM에 실패하면 시장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그렇다고 재고를 무작정 확보하기엔 코로나19 상황이 풀릴 경우 안을 재고 부담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LG 경영진은 기업의 비용구조 악화 상황에 대한 심각성도 함께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데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물류비용까지 오르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LG 관계자는 “경영진 사이에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다만 경영의 목적이 ‘수치’에 국한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재무제표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가치 경영’에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질적으로 한 단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