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설립하는 배터리 제조 합작회사에 5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당초에는 약 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현지 생산량을 늘리기로 판단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포드와 전기차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에스케이’ 설립 계약안을 확정했다. 두 회사의 투자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늘리는 방안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지난 5월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각각 3조원을 투자해 연 6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미국 내 갖추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100㎾h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 픽업트럭 약 6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포드가 출시할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 F-150의 사전 계약 주문이 크게 늘면서 두 회사는 투자 계획을 긴급하게 수정했다. 지난 5월 시작한 사전 예약은 이미 15만 대에 달했다. 포드는 최근 F-150 생산량을 연 4만 대에서 8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F-150 인기와 별개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한 데다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조짐을 보인 것도 투자 확대의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전기차 등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에 설립하고 있는 두 개의 배터리 공장 외 추가 생산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