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테러와의 전쟁'에도 극단주의 근절 안 돼…"IS 여전히 건재"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구상의 테러는 끝나지 않았다.

알카에다에 이어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분쟁 지역에서 세력을 키워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 역시 IS의 아프간 지부(IS-K)가 배후를 자처했다.

20년간 이어진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 '이슬람 성지 더럽힌 미국이 지하드 최대 목표'
알카에다의 시작은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맞서 아프간으로 모여든 이슬람 성전주의자 세력(무자헤딘)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빈라덴은 성전주의자들을 돕기 위해 아프간으로 넘어갔고, 지하드(이슬람 성전) '전사 양성소'인 알카에다를 만들었다.

이후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촉발된 걸프전으로 중동 지역에 반미감정이 불붙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힘을 얻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메카와 메디나 등 이슬람 성지가 있는 사우디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심취한 빈라덴 역시 미국이 성지를 더럽히고 이스라엘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을 탄압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끈 알카에다는 최대 목표를 미국으로 삼고 사우디 왕정에 불만을 가진 무슬림을 정예 요원으로 훈련했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단일 테러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9·11 테러를 일으키게 된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 10년간의 끈질긴 추적…파키스탄서 빈라덴 사살
9·11 테러 직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간에 빈라덴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미국은 2001년 10월 7일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군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 탈레반은 정권을 잃었지만, 빈라덴은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빈라덴은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추적을 피해 10년 가까이 은신 생활을 했다.

그러던 2011년 5월 2일(현지시간)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Navy SEAL)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라덴을 사살했다.

당시 작전을 지휘했던 미국 관리에 따르면 빈라덴은 총알 두 발을 맞았다.

한방은 가슴에, 두 번째는 왼쪽 눈 위에 명중했다.

빈라덴의 시신은 아프간 바그람 미군기지를 거쳐 항공모함 칼빈슨호로 옮겨져 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테러 조직 IS 부상
IS는 이라크 서부에서 알카에다의 분파로 조직된 강경 수니파 무장 조직에서 태동했다.

2004년 김선일씨 참수 사건을 주도한 '자마앗 알타우히드 왈지하드'(JTJ),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가 이들의 뿌리다.

2013년 IS는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이슬람 종교지도자 칼리프가 정치 권력을 쥐는 이슬람 초기의 신정(神政)일치 체제의 재건을 꿈꾼 것이다.

중동·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국제 테러 조직으로 세를 불린 IS는 시리아 락까와 이라크 모술 등을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과감해진 IS는 포로를 참수형에 처하고 그 영상으로 온라인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이를 보고 IS에 합류하겠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미국은 2014년 국제동맹군을 결성해 IS 소탕 작전을 개시했다.

그러나 IS의 테러는 멈추지 않았다.

2015년 11월 IS는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격 테러를 일으켰고, 13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6년 3월에는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과 말베크 지하철역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당시 32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2017년에는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39명 사망)과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22명 사망)에서의 테러를 자행했다.

미국뿐 아니라 이란, 터키 등 중동 군사 강국까지 IS와 전쟁을 명분으로 군사력을 투입하면서 IS의 근거지였던 이라크, 시리아는 열강의 전장이 됐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 변화에 적응, 확산하는 조직…외로운 늑대 테러도 지속
2017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 정부군은 IS의 최대 거점 모술을 해방했다고 선언했다.

시리아에서도 IS는 힘을 잃었지만, 다른 지역의 분파조직은 명맥을 유지했고, 서방 각지에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생겨났다.

프랑스에서는 2015년 1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개인이 저지른 테러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테러범들은 (SNS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서 튀니지 출신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숨지게 했다.

그의 가방에는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 사본이 담겨있었고, 스마트폰에서는 IS와 연관된 사진이 발견됐다.

이달 초 IS는 이라크 북서부 키르쿠크의 한 기지를 습격해 최소 경찰 1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서부 사막이나 산악 지역에서 은신하며 매복 전략을 구사하는 IS는 여전히 이라크 내에서 건재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최근 미군 철수로 아프간이 새로운 테러 조직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서방 국가의 대피 작전이 긴박하게 이뤄지던 아프간의 수도 카불 공항 외곽에서 지난달 26일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IS는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인정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더 광범위한 내전 가능성이 최소한 상당히 높고, 그 뒤의 수순으로 알카에다의 재구성이나 IS 또는 다른 수많은 테러단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조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요르단 소재 정치사회연구소의 IS 전문가 하산 아부 하니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라크, 시리아,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IS는 알카에다보다 큰 위협"이라면서 "그들은 널리 퍼져있고, 신세대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어필한다"고 말했다.

[9·11 테러 20년] ⑤ 빈라덴 사라졌지만 테러는 세계로 확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