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많은 10곳 표본 조사…순환배치·보호구 착용 등 권고
인천 학교 급식조리실 환경 첫 조사…30도 안팎 고온·소음 노출
폐암에 걸린 학교 급식조리실 노동자들의 잇따라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가운데 인천 내 학교 급식조리실에서도 30도 안팎의 고열과 소음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해 상반기 학생 수가 많은 인천 내 학교 10곳을 표본으로 뽑아 급식조리실 작업환경을 조사했다.

인천에서 급식조리실 환경을 공식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측정 지표는 소음, 고열, 혼합유기화합물·벤젠·폼알데하이드·염소·일산화탄소 등 9개다.

조사 결과 벤젠과 폼알데하이드 등의 유해인자가 기준치를 넘은 급식실은 없었으나 고열과 소음에는 대부분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5곳 급식실 온도는 노출 기준인 28도를 넘었다.

노출 기준은 유해인자가 해당 기준을 넘지 않을 경우 거의 모든 근로자가 건강상 악영향을 받지 않는 기준을 뜻한다.

한 급식실에서는 가장 높게 측정된 온도가 31.35도로 노동자들이 심한 고열에 노출돼 있었다.

소음의 경우 노출 기준인 92데시벨(㏈)을 넘은 급식실은 없었으나 최소 74.6㏈에서 최대 87.4㏈의 소음이 측정돼 환경이 열악했다.

특히 평균 2시간가량 걸리는 세척 작업 때 가장 많은 소음이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의 소음은 대부분 노출 기준을 초과했다.

발암 물질인 폼알데하이드는 급식실 10곳 중 9곳에서 0.0015∼0.0132ppm이 검출돼 노출 기준(0.3ppm)에는 미치지 않았다.

일산화탄소도 모두 노출 기준(200ppm) 미만이었다.

조사를 맡은 가천대길병원은 1∼2시간 사이에 다량의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실 특성상 충분한 배기량 확보, 가스 연료 대신 전기 조리기구 사용, 굽기·튀기기·볶기 식의 조리 지양, 저소음 재료의 식판 사용, 청력보호구 착용 등을 권고했다.

또 고열이 발생할 때는 근로자들을 순환 배치해 휴식 시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유해인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는 이에 급식실 환경에 맞는 법정 유해인자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도와 충북 청주에서는 폐암에 걸린 급식실 조리사 2명이 '직업 암'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수진 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 조직국장은 "현재 급식실 환경에 맞는 법정 기준이 없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기준치에는 적합하게 나왔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열악한 환경인 곳이 많다"며 "폐암 등 직업성 암을 예방할 수 있도록 세밀한 특수건강진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하반기 급식실 20곳을 추가로 표본 조사해 작업환경 개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급식실 작업환경을 정확히 알기 위해 어떤 유해인자 측정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라며 "표본 수가 많을수록 대표성을 띨 수 있는 만큼 내년에는 전체 학교 급식실로 검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