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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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를 겨냥한 중국의 정풍운동 칼바람이 매섭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넘어 팬덤 단속까지 강화하고 나섰다. SNS 활동은 물론, 응원하는 스타를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열던 중국 팬들의 소비 성향까지 제재를 받으면서 엔터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정풍운동을 내세워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정풍운동은 중국공산당이 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것을 골자로 펼친 정치운동이다. 이를 근거로 기업 때리기를 강화하던 중국은 이제 대중문화 전반으로 눈길을 돌려 개인에게까지 규제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이성적이고 무질서한 팬덤 경제를 바로잡겠다는 명목하에 팬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연예인 인기 차트 발표를 금지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팬들을 상대로 유료 투표를 할 수 없도록 막는가 하면,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인 QQ뮤직에서 음원을 중복으로 구매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연예인을 위해 모금을 하는 팬클럽은 해산되며,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위해 돈 쓰는 것이 금지된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 연예인에 대한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라지만, 결국 사회 전반에 대한 사상 통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산당에 찍히면 끝'이라는 말도 우스갯소리가 아닌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것. 최근에는 홍콩, 대만 출신 연예인들까지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중국이 1949년 국공 내전이 끝난 후 대만을 지배한 적이 없으면서도 대만을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하며 다른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바, 이에 반해 대만과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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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대만 출신인 그룹 트와이스 쯔위의 팬클럽이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 측으로부터 명칭 등을 바꾸라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쯔위는 2016년 대선 당시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맹공을 당해 사과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 연예계 역시 불똥이 튈까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대표적인 K팝 소비 국가 중 하나다. 엔터업계는 오랫동안 이어진 한한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며 원활한 해외 활동이 어려웠다. 여기에 중국 현지에서의 팬 활동 위축까지 더해진다면 확실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을 타깃으로 한 현지화 그룹이나 중국인 멤버가 속한 팀의 경우, 중국발 이슈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활동을 염두에 둔 만큼, 현지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부 중국 출신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서슴없이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국내에서 얻는 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며 엔터주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일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전일 대비 1.94% 하락한 6만56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7일을 시작으로 6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전날보다 1.57% 떨어진 4만65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도 전일 대비 2.54% 하락한 5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JYP는 4만원대를 겨우 유지 중이고, 지난 1일까지 6만원선을 지키던 YG는 결국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3사 모두 NCT 127, 스트레이 키즈, 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컴백이라는 강력한 호재를 지니고 있음에도 '중국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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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참가자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 Mnet '걸스플래닛999'도 이번 이슈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고 그룹 아이즈원을 만들어 한일 양국서 '대박'을 친 Mnet은 '걸스플래닛999'를 통해 중국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걸스플래닛999'에 참가한 일부 중국인들은 경연 시작 전 항미원조 찬양글을 SNS에 올린 사실이 알려져 국내 여론 또한 좋지 않은 상황이다.

Mnet 측은 첫 방송 전, 최종 데뷔 멤버에 한국·중국·일본 국가 별 쿼터제가 없다고 알리며 어느 비율로 팀이 구성될지 알 수 없다는 식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경연 과정에서는 각 문화권 참가자들을 한 명씩 '셀'이라는 단위로 묶어 총 3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최종 데뷔는 국가 별 쿼터제 없이 개인 투표 결과가 반영될지언정, 그 토대가 되는 경연에서는 한·중·일 참가자들이 3인 4각 달리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추후 정치적 발언을 해 지적을 받았던 참가자가 데뷔조에 합류할 경우 국내에서 재차 논란이 될 여지가 있고, 아이돌 팬덤에 대한 중국의 각종 규제는 현지 공략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경연이 끝나기 전까지 부정적 상황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