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전자감독 대책 발표…경찰과의 공조체계 강화
전문가 "인력충원 없이 불가능"…성급한 대책 지적도
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 신설…위급시 강제수사권 부여
법무부가 3일 내놓은 전자감독 강화 방안은 위치추적 전자장지(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 대응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 사건의 사례에서 보호관찰소와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부랴부랴 향후 대책을 내놓았다.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을 만들어 전자발찌 훼손 사건 등이 발생하면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경찰과의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등 제도를 바꾸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재범 위험성에 따라 1대 1 전자 감독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들은 인력 충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 신설…위급시 강제수사권 부여
◇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 신설
법무부는 강윤성 사건에서 보호관찰소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음을 시인했다.

강씨가 2차례나 외출제한 규정을 어겨 눈여겨봤어야 함에도 강씨 말만 듣고 주거지 내부 확인을 하지 않는 등 관행적으로 대응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준수 사항 위반은 전자발찌 훼손이나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즉각적이고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인력부족으로 현장출동 등 신속한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전자감독 전담 직원은 281명에 불과하지만, 감독 대상은 4천명이 넘어 1인당 17.3명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재범 발생 위험이 큰 야간이나 휴일 근무는 기관당 2팀 이하(4명)로 운영돼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취약한 실정이다.

올 6월부터는 보호관찰소 직원도 특별사법경찰 자격으로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지만, 인력이 늘지 않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6개 광역보호관찰소에 배치된 수사요원은 각 1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5년 평균 즉시 현장출동 비율은 18.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을 충원하고,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속수사팀이 전자발찌 훼손 같은 준수사항 위반자에 대해선 심야시간대라도 조사하고, 주거지에 진입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실시간 대응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주거지 압수수색 등의 근거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 신설…위급시 강제수사권 부여
◇ '구멍 숭숭' 경찰과의 공조도 강화
법무부는 경찰과의 공조 체계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씨 사건에서 보호관찰소와 경찰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강씨 검거가 지연되는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자발찌 훼손 경보가 울리면 112 상황실에 이 사실만 전파가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자발찌 훼손자의 신상정보와 필요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성폭력이나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범 등 재범 위험이 큰 4대 특정 사범에 대해서는 경찰과 위치정보를 상시 공유하도록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법무부가 관리하는 전자감독 대상자의 정보를 일선 경찰서의 현장 근무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바꿀 계획이다.

현재는 경찰들이 현장에서 주로 이용하는 내부시스템으로는 전자감독 대상자의 신상정보 조회가 불가능하다.

아울러 관할 검찰청과도 고위험 사범의 특이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기로 했다.

보호관찰 특사경의 전문화를 위해 법무연수원 교육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 신설…위급시 강제수사권 부여
◇ 고위험 성범죄자 특별 관리…1대1 감독 확대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인력 충원 전이라도 1대1 전자 감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출소 직후부터 주 1회 이상 대면 면담을 하고, 대상자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등 밀착 감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1대1 전자 감독 대상자가 19명에 불과하다.

교정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효율적으로 개편해 고위험자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개선되지 않는 범죄자의 경우 정규 과정 외에 개별 치료 등을 중첩 실시해 출소 직전까지 심리 치료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또 중환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고위험 성폭력 사범의 가석방을 차단하는 대책도 내놨다.

기관별 고위험군 전담제를 도입해 관리 역량이 우수한 직원을 집중 투입하고, 보호관찰관이 대상자의 행동 특성 등 재범 위험 요인을 파악해 활용하는 심리 생리 검사도 도입할 계획이다.

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 신설…위급시 강제수사권 부여
◇ 전문가 "인력 충원 뒤에나 가능한 일"
법무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인력 충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무부 대책은 인원이 충원된 뒤에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명백한 위험이 발생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법조계에서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1대1 전자감독만 늘리겠다는 건 여론을 의식한 성급한 대책이란 지적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지금도 보호관찰관들의 업무 부담이 적지 않은데, 1대1 감독을 늘린다는 건 계속 사람만 쥐어짜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사람 돌려막기인데, 그러다 보면 다른 곳에서 분명 다른 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