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눈앞…권덕철 장관 "비상진료대책 발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정부의 12번째 노정 협의가 결렬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 인력 확대 등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내달 2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까지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국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교섭 결렬에 대한 보고 차원이기도 하다.

노정은 지난 5월부터 총 12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며, 12번째 협의도 30일 오후에 시작해 31일 새벽까지 14시간 동안 밤샘 진행됐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간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확충·강화와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개선에 관한 8대 핵심 과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양측이 생각한 합의의 구체적인 수준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로서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권 장관은 "파업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선별진료소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지체된다"며 "노조는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극단적 집단행동 없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장관은 "노동관계법에 따라 의료기관의 중환자 치료, 응급의료, 수술, 분만·투석 등의 업무는 필수유지업무"라고 강조했다. 파업과 상관 없이 업무가 멈춰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어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응급센터 등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병원급 기관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병원의 비상진료 참여 등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협상경과를 설명하면서 "국민이나 다른 이해당사자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노정 협의만으로 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생명안전수당, 교육전담간호사제 유지 확대, 공공병원 신설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 장관은 "공공병원 신설·확충 등은 각 지자체의 의지가 필요하고 상당한 재정 문제가 수반된다"고 말해, 당장 실현이 쉽지 않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노사가 이견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보건의료노조는 △인력기준 개선 △간호등급제 개선 등과 같은 근무조건 개선 문제에 대해 당장 그 시행 여부를 합의하거나 이행 시기를 명시해 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 장관은 "의료 인력 수급 문제나 법적절차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건의료노조도 1시 서울 영등포 보건의료노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8개 핵심 과제 중 5개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회견문을 통해 최우선 해결 과제로 △코로나 전담병원 △공공의료 확충 △ 간호사 처우개선 △교육전담 간호사 제도 전면 확대 △ 야간간호료 등을 재차 강조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기재부와 복지부의 권한 밖이라면 대통령, 국무총리가 이제는 나서야 한다"며 "우리의 노력에도 응답이 없다면 보건의료노조 8만 조합원은 불가피하게 총파업과 공동행동에 돌입하겠다"라고 밝혔다.

보건노조는 지난 27일 조합원 4만5892명 중 4만1191명(89%)의 찬성으로 9월 2일 총파업이 결의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보건노조 총파업은 2016년 ‘성과연봉제와 의료민영화 반대’ 이후 5년 만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