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스티브 유) /사진=연합뉴스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 /사진=연합뉴스
한국 땅을 밟기 위한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승소 후에도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의 태도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유승준이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거부 취소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유승준은 "비자 발급 거부는 대법원의 결정에 반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국민감정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반면 LA 총영사관은 "대법원에서는 우리에게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했어야 한다'고 했을 뿐, 그 말이 유승준에게 비자 발급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맞섰다.

먼저 유승준의 변호인은 "LA 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는 앞선 대법원의 판례에 반하는 취지에 해당한다.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부분에서도 반하는 부분"이라며 "LA 총영사관 측의 부당한 처분으로 (이 사건이) 더욱 논란이 되는 거다.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한 국민감정도 특정 국민의 감정이며 추상적인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을 당시 병역 기피의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 위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에 원고가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국적을 취득한 것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지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도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지 않나"며 "병역 기피를 이유로 입국 금지를 당한 것은 유일한 케이스다"고 지적했다.

이에 LA 총영사관 측은 "유승준이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그러는데 병역 회피 목적으로 국적을 바꾼 사람에게 법 안에서 처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법원은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했을 뿐 비자를 발급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비자 발급 거부는 적법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또 "유승준은 장기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비자 발급에 있어서는 사법적 판단을 제한하고, 행정적인 처분에 대해 재량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덧붙였다.

유승준은 2002년 군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 미국 시민권을 택해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열정', '가위' 등의 곡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이에 병무청과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거,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유승준은 2015년 9월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으나 LA총영사관이 이를 거부해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유승준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3심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보냈다. 파기환송심을 거친 후 지난해 3월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유승준은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 과정에서 절차 문제와 재량권 행사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유승준이 승소함에 따라 그가 18년 만에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유승준은 지난해 7월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LA 총영사관은 다시 이를 거부했다. 결국 유승준은 지난해 10월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재차 비자 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