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카카오뱅크에서 전세 대출을 받은 직장인 서모씨(36)는 최근 전세를 연장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주인이 요구한 1500만원의 추가 보증금을 대출받으려 했으나 ‘어렵다’는 통보가 돌아왔다. 카뱅 측은 “추가 전세 대출을 받으려면 회사 전산 시스템상 전입신고를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전입신고를 했던 서씨는 연 2.1%의 전세 대출 금리를 포기하고, 연 4%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아 차액을 메꿨다. 서씨는 “편리함 때문에 선택한 인터넷은행에서 전산 미비로 대출을 받지 못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세 대출 이용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골머리를 썩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을 받거나 대형 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 급등과 고강도 대출 규제로 ‘대출 난민’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를 이유로 카뱅을 선택했던 전세 대출 이용자의 금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에 따르면 카뱅은 전세 만기 연장 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전세 신규와 연장을 구분하지 않고, 대출 시 무조건 전산상에 신규 전입신고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 탓이다. 다른 은행은 전입신고가 돼 있다면 연장 시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 금융위는 “비대면 대출만 취급하는 인터넷은행(카뱅)에서는 전산 미비와 내부 정책 영향으로 증액된 액수만큼 대출 취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대출 상품이 출시될 경우 약관은 점검하지만 절차나 추후 문제에 대해서는 점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액을 메꾸기 위해 전세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비싼 신용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다른 은행에 몰리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맞추기 위해 일부 은행에서는 전세 대출을 중단하거나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윤주경 의원은 “전세 대출 연장 시 세입자들이 부당하게 이자를 추가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증액 대출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더 많은 정보량을 고려해야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