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5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오전 4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언론중재법) 등 쟁점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여야가 가장 크게 이견을 보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고의·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언론사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정정보도, 기사 열람 차단 등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여당은 언론중재법이 '가짜뉴스 피해자 보호법'이라며 본회의에서도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개정안이 집권 연장을 위한 '언론 재갈법'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논쟁으로 24일 오후 시작된 전체회의가 밤 12시까지 이어지자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차수를 변경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차수 변경 등 전체회의 진행 방식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야당은 위원회 심사를 마친 후 1일이 지나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국회법 93조2에 따라 차수 변경이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이밖에 이날 '인앱(In App)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사립학교 교사를 새로 채용할 때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등도 법사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위헌 논란에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단독 상정했다. 25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언론 장악을 중단하라”며 법사위 회의장에서 시위를 벌였고 정의당도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법사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민주당은 당초 공언한 대로 25일 언론중재법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용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본회의 처리 일정은) 원내 지도부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변동이 없는 상태”라며 “개인적으로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 “25일 본회의 상정은 변함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야당은 국회 법사위 앞에서 개정안 규탄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 60여 명은 ‘언론말살, 언론장악, 민주당은 중단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은 언론을 말살하려는 못된 법”이라며 “독재국가로 가는 못된 계획”이라고 성토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언론재갈법을 통과시킨다면 오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그대로 실천해야 마땅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된 뒤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밀린 숙제 하듯이 전부 날치기 입법을 통해서 법사위에 회부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유승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정도면 민주당의 입법독재”라고 했다.정의당은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협회와 함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구보수 정당과 거대 경제권력, 서민과 노동자를 괴롭히는 범죄자들에게 쥐여줄 칼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언론개혁의 숲은 보지 못하고 어떤 나무를 자를지도 모를 위험한 칼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여권에서도 언론중재법 통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언론중재법 취지에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언론이 주로 비판·견제·감시하는 대상이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과 집단이라는 점에서 그런 기능이 위축되거나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차 떼고 포 떼서 지금은 그렇게 실효성 있는 법안이 아니라고들 하는데도 조급함에 쫓기듯이 밀어붙이려고 한다”며 “지금 환경에서 처리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지지정당별로 크게 엇갈려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이 지지정당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윈지코리아컨설팅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천24명을 대상으로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그 결과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응답이 46.4%로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이다'라는 응답(41.6%)을 앞섰다.'잘 모르겠다'는 12.0%였다.민주당 지지층에선 '가짜뉴스 피해방지'(82.5%)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던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언론 탄압'이라는 응답이 81.5%나 되는 등 지지정당 별로 크게 엇갈렸다.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