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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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고령 임신 비율이 늘어나면서 국내 난임 시술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국민관심진료행위(검사/수술 등) 통계에 따르면 난임 시술 환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1만2569명에서 12만3322명으로 약 9.8배 증가했다.

드라마나 예능 등 TV프로그램에서도 시험관 시술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2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시험관 시술을 받은 이광남(홍은희 분)이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애 가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미치겠다. 애간장 타서 죽겠다. 아파서 죽어도 좋으니 나한테 아기가 한 번만 와줬으면 좋겠다. 너무 간절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가수 이지혜는 SBS '동상이몽2'을 통해 시험관 시술 후 임신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모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안무가 배윤정 역시 시험관 시술로 42세에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 밖에 결혼 10년 차 부부인 코미디언 김원효, 심진화 부부는 방송을 통해 난임을 고백하며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난임 부부 치료비 지원' 청원에 직접 답변자로 나서 난임 관련 정부 지원을 확대할 방침임을 밝혔다. 난임 관련 시술은 과거 300~500만원의 비용을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했지만, 2017년 10월 처음으로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난임 치료비 지원을 확대해 올 4분기부터 추가로 두 번의 시술을 더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만 44세 이하 여성에 대해서는 시술 횟수에 따라 50%까지 적용되던 본인부담률을 일률적으로 30%로 낮추겠다"고 했다. 더불어 사업주들은 '난임 치료 휴가제도'를 적극 장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험관 안 하겠다는 게 이기적인 거냐'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 작성자 A씨는 "나는 자연임신 확률이 상당히 낮은 상태다. 결혼 전 남편에게 이러한 사정을 전부 이야기하면서 아이를 원한다면 헤어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아이 없이 둘이 사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현재, 임신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A씨는 "피임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편이 시험관 시술을 할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 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남편도 나와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아이를 원한다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해보자고 했지만, 난 시험관을 할 만큼 아이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술을 할 생각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다고 해도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없는 거 아니냐. 남편은 내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더라. 대체 어떤 부분에서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시험관 시술은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드니 신중히 생각하고 대화하길", "서로 접점을 찾아갈 문제인데 이기적이라고 말하다니",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회사 다니면서 시험관 시술 중인데 실패한 후 멘탈 부서지고 눈치 보며 진료 다니기도 힘들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이혼하는 수밖에", "시험관 시술은 둘 다 아이를 간절히 원할 때 하는 게 좋을 듯"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난임 시술은 많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49세 유배우자 여성 1만32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난임 시술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점으로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36.1%), '신체적 어려움'(25.7%), '경제적 부담'(25.6%) 등의 답변이 나왔다.

또 난임 시술을 받다가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신체적으로 힘들어서'(24.1%)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18.3%), '경제적 부담'(14.3%), '시술에 성공해서'(12.0%), '자연임신이 되어서'(10.4%) 순이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