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버블 돌려막기' 경제는 지속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역사적 고점 수준에 올라 있다. 유동성 확대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일반론이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바타 세키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쓴 《애프터 버블》은 이런 기현상을 거품(버블)이라는 틀로 분석하려는 시도다. 저자는 일본 재무성(한국의 기획재정부)에 들어갔다가 7년 만에 사표를 던진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학자의 길로 들어선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1990년대 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버블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공산권 국가들이 세계 시장에 편입되면서 새로운 소비층이 대거 등장했고,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해지면서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됐다. 여기에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해 지속적인 성장에 돌입하면서 세계 경제 규모는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빠르게 부풀어오르자 여기저기서 버블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IT 버블을 시작으로 여러 버블이 부풀었다가 터지기를 반복했다. 버블이 터지고 나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돈을 풀면서 더 큰 버블이 생겨났다. 현재 자산시장의 ‘역대급 호황’은 양적 완화로 부풀어오르던 버블이 코로나19로 커진 뒤 새로운 버블이 더 크게 부풀어오른 결과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버블을 통해 경기가 순환하는 이 같은 경제 구조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더 이상 버블을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빚의 총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독특한 시각을 담은 설득력 있는 분석에 비해 미래 예측 부분의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점은 아쉽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관광산업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단 생긴 불안감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근거를 드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사치품 등 불필요한 소비는 사라지고 자급자족 경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결론도 다소 당혹스럽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