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경기연구원장 "기본소득은 분배 아닌 기회의 공정…한국사회 안전장치"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사진)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 성남에서 사회 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30년 지기이자 이 지사 캠프의 핵심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이 지사 대표 공약의 이론적 토대가 된 ‘전환적 공정성장론’을 가다듬은 인물이다.

이재명 캠프는 18일 전문가 1800여 명 규모로 꾸려진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를 출범시켰다. 매머드급이라고 평가받는 정책 자문그룹 중심에 이 원장이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수원 경기연구원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잡아서라도 제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 공약의 핵심 아이디어인 ‘전환적 공정성장’이란 개념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전환적 공정성장론은 제도 및 기회의 ‘공정’, 경제 주체의 ‘역량’과 ‘혁신’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 원장은 “이대로 가면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한국 사회는 심각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기본소득은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은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이뤄질 것이란 기대였다”며 “하지만 성장과 분배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실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전환적 공정성장론은 역량과 혁신에 집중하는 게 차이점”이라며 “기본소득도 분배가 아니라 기회의 공정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 재원으로 내세운 ‘탄소세’는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자는 ‘탄소중립’ 목표와 모순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탄소중립이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는 산업구조가 굉장히 재편돼 있을 것”이라며 “그런 수준의 선진국이 된다면 (기본소득 재원을 위한) 소득세나 소비세 증세도 받아들여질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향후 교육, 의료, 에너지 등 서비스 분야로도 기본 개념이 확장될 수 있다”며 “이 지사가 공약한 기본소득위원회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기본 공약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에는 “이제는 대중의 지혜가 전문가의 지혜를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며 “이 지사에게도 착한 포퓰리스트가 되라고 늘 말한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공정과 함께 전환적 공정성장론의 핵심 요소인 ‘역량’ ‘혁신’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없애야 한다”며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반에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된 측면이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기본소득과 연계해 풀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전범진/조미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