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새내기주와 성장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동안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경기민감주는 대거 팔아치웠다.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제기되고 증시가 박스권에 접어들면서 연기금이 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기금, 대형·경기민감株 팔고 새내기·성장株 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총 360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1479억원), 현대차(903억원), 엔씨소프트(592억원), 한국조선해양(540억원) 등이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연기금이 많이 판 종목은 올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경기민감주가 대부분이었다. 하반기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되면서 경기민감주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경기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기민감주를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봐도 플랫폼·바이오 등 위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종목 비중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경기민감주를 정리한 연기금은 성장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카카오뱅크크래프톤을 각각 3770억원, 271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681억원), 하이브(489억원), SK케미칼(473억원) 등을 대거 사들였다.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교체는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이 집중 매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각각 5.86%, 7.56% 하락했다. 현대차, 한국조선해양 등도 각각 2.52%, 10.73% 빠졌다. 반면 연기금 순매수 1위인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대비 116.67% 급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하이브, SK케미칼도 지난달 말보다 상승했다.

연기금이 새내기주를 사들인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올해 상장한 종목이 5개(카카오뱅크·크래프톤·SK바이오사이언스·SK아이이테크놀로지·에스디바이오센서) 포함됐다.

연기금의 매수는 대형 기업공개(IPO) 종목들의 상장일에 집중됐다. 연기금은 이달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을 상장 당일에만 각각 1438억원, 116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종목은 상장 당일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대형 IPO 종목들의 코스피200지수 내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수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 대형 IPO 종목들의 상장 과정에서 시장 내 비중만큼 주식을 받진 못했다”며 “비중이 충족될 때까지 기계적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