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양주시민 이끌고 FA컵 16강서 전북 제압…8강서 울산에 0-2 패배
"지금은 음지의 상처입은 선수 돕는 역할…상위리그서 '박성배 축구' 보여드릴 것"
전북 출신 '흑상어' 박성배 감독 "올해엔 울산이 우승하기를"
"전북 현대가 오래 우승을 했으니까…, 미안하지만, 올해엔 울산 현대도 (우승)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네요.

"
프로축구 K리그1에는 12개 팀이 있다.

이 중 울산과 전북이 현재 1, 2위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다.

박성배 감독이 이끄는 양주시민축구단(양주시민)은 올해 울산과 전북을 모두 상대해 본 '11번째' 팀이다.

세미프로리그로 3부 리그 격인 K3리그 소속이지만 2021 하나원큐 FA컵 16강과 8강에서 전북과 울산을 차례로 상대했다.

양주시민처럼 연달아 최상위 리그 우승 후보팀을 상대하는 가혹한 대진을 경험한 팀은 FA컵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전북 출신 '흑상어' 박성배 감독 "올해엔 울산이 우승하기를"
하지만 양주시민은 전북과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거꾸러뜨렸고, 11일에는 울산과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다 0-2로 졌다.

박 감독은 전북과 울산을 이겨보려고 경기를 한 달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늘 바로 다음 라운드를 대비하느라 바쁜 K리그1 감독들보다 박 감독이 전북과 울산에 대한 전술적 이해도가 높을 수도 있다.

울산 전 뒤 박 감독에게 '연달아 전북과 울산을 모두 상대해 보니 어떤 팀이 올해 우승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전북에서 프로로 데뷔해 4년을 뛴 박 감독은 즉답을 피하며 리그 흥행을 위해 울산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먼저 말했다.

전북 출신 '흑상어' 박성배 감독 "올해엔 울산이 우승하기를"
그는 "두 팀 모두 K리그를 대표하는 막강한 팀"이라면서 "친정팀 전북에 대한 "마음이 크다.

(전반기 불안했지만) 이제 페이스를 찾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이 오래 우승을 했으니까…, 미안하지만, 올해엔 울산 현대도 (우승)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바람을 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하부 리그 팀' 감독으로서 울산을 상대한 '후기'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박 감독은 "전북전에서도 상대 위험지역을 공략하고 우리 위험 지역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굉장히 촘촘하게 준비했는데, 울산은 선수들 개인플레이가 너무 좋았다"며 혀 내둘렀다.

이어 "봉쇄하려고 했지만, 능력 있는 울산 선수들이 스위칭 플레이까지 잘하다 보니까 놓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개인 기량 면에서 울산 선수들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선수들이 한 수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출신 '흑상어' 박성배 감독 "올해엔 울산이 우승하기를"
양주는 파이브백 수비 전술을 썼으나 무작정 내려앉지는 않고, 수비라인을 살짝 올렸다.

김여호수아 등 발 빠른 공격수들이 끊임없이 울산의 뒷공간을 노렸다.

그런데 후반 중반부터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국내 최고 준족 이동준을 투입해 양주시민 수비를 크게 흔든 울산에 후반 30분 추가골을 얻어맞았다.

박 감독은 "이곳 문수축구경기장같은 잔디구장을 두 달 동안 한 번도 못 밟아본 탓이 크다"고 했다.

양주시민 홈구장은 인조잔디인데,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폐쇄돼 제대로 못 썼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인조잔디구장을 돌아다니며 훈련하던 선수들이 오랜만에 미끄러운 잔디구장에서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전반전에 너무 많은 체력을 쏟아버렸다는 게 박 감독의 분석이다.

전북 출신 '흑상어' 박성배 감독 "올해엔 울산이 우승하기를"
환경만 열악한 게 아니다.

양주시민 선수 40명 중 10명 정도만 급여를 받는다.

나머지 약 30명은 수당으로 생활한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돈도 못 받고 훈련만 하는 선수도 있다.

박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동기부여를 하려고 매일 선수들과 커피 마시며 대화의 시간을 갖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K3·K4리그 선수들에게 금전적 보상이 더 뒤따른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공격수로서 실력도 좋았지만, 개성적인 외모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별명은 '흑상어'였다.

양주시민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를 기억하던 K리그 올드팬들도 잠시 추억에 잠겼을 터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가려는, 상처 입은 선수들을 돕고 있습니다.

축구판을 떠나지 않는 이상, 이들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물론 제 축구를 더 높은 곳에서 펼쳐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기에 P라이선스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팬 여러분께 박성배의 축구가 뭔지,제대로 색깔을 보여드릴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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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