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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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난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가 여전하다. ‘규제 리스크’에 중국과 홍콩 증시가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국내 증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3분기 ‘한경 PB서베이’에 참여한 증권사·은행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의 추천 포트폴리오는 지난 분기에 비해 다소 분위기가 달라졌다. 8인의 PB에게 3분기 1억원 투자법을 물었다.

더욱 확대된 해외 비중

국내보단 해외 증시를 유망하게 바라봤던 8명의 PB는 3분기 국내 주식 비중을 더욱 줄여야 한다고 봤다. 8명 가운데 5명이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했고 대신 4명이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늘렸다. 정상윤 미래에셋증권 명일동 WM 지점장은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을 아예 담지 않았다. 대신 해외주식형 상품에 전체 자산의 70%를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70%는 미국 40%, 중국 30%로 채웠다.
3분기 주식 맛집은 해외…이젠 '몰빵'보단 '안전빵'
해외주식형 투자 비율을 60%로 제시한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진국 장기금리가 안정되고 있어 주식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형 투자에서는 선진국 시장과 성장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분기 SK하이닉스, 호텔신라 두 종목에 자산의 70%를 투자하는 아이디어를 냈던 서성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 이벤트와 관련된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전자, LG화학으로 추천주를 변경하고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45%까지 낮췄다. 오경석 신한은행 태평로PWM센터 팀장만 유일하게 국내주식형 비중을 18%에서 25%로 높여 잡았다. 다만 개별 종목이나 주식형 펀드 상품 대신 공모주 펀드 투자를 추천했다. 오 팀장은 “3분기엔 국내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이 많아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모주 펀드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했다.

리스크를 줄여라

분산 투자를 강조하는 이들도 늘었다. 지난 분기 추천 포트폴리오 역시 국내보단 해외, 집중 투자보단 분산 투자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현섭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총 10가지 투자상품에 1000만원씩 분산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몰빵 투자’보다 분산 투자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서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팀장은 ETF에 초분산 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 비중을 지난 분기 10%에서 30%로 확대했다. 국내주식형(20%) 투자 비중보다 EMP 비중이 높았다.

“연 7~8% 수익이 합리적”

고수익 대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배당 상품을 추천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특히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유망 투자처로 꼽은 의견도 다수였다. 응답자의 절반인 네 명의 PB가 리츠 투자를 권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올 3분기 가장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군으로 리츠를 꼽았다. 그는 “백신 접종으로 경제활동 정상화 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 리츠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 펀드도 20% 비중으로 담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3분기는 작년과 같은 주가상승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볼 때 특정 자산이나 국가, 테마에 투자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연 7~8% 기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에 대비해 전체 자산 가운데 20%를 현금으로 보유하라고 조언한 PB도 두 명이나 됐다. 지난 분기 설문에선 단 한 명도 포트폴리오를 현금으로 채우라고 제시하지 않았다. 신언경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지점장은 “증시가 조정받을 때 추가 매수용으로 쓸 현금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박재원/고재연/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