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을 '호갱(호구+고객)' 취급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애플이 달라졌다.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한 행보에 나서면서다. 한국이 5G(5세대 통신) 최초 상용화 국가로서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시장이라 5G 스마트폰이 통할지 가늠할 무대가 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가칭 '아이폰13' 출시를 앞두고 국내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활로를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애플은 연내 서울 명동에 애플스토어 3호점을 낼 계획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에 애플스토어 2호점을 낸 데 이어 3번째 개점이다. 4호점이 부산에 생길 것이란 일각의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애플스토어는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애플의 주요 거점이다. 애플이 한국에 애플스토어 3호점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자사 제품을 좀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주요 고객들은 애플스토어에서 애프터서비스(AS) 등의 편의를 보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으로도 읽힌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최근 LG전자, LG유플러스와의 협력도 강화하며 한국 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애플은 오프라인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LG전자의 제품 판매 매장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라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른 매장 공백에 애플 스마트폰이 치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된다. LG유플러스 또한 최근 아이폰을 쓰는 임직원을 위한 애플 iOS용 업무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사실 애플은 그간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왔다. 아이폰 신제품 1차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게 대표적이었다. 아이폰12 출시 당시에는 미국에서 발표한 출고가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최대 23만원가량 비싸 '호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처럼 한국을 홀대하던 애플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서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작지만 5G 인프라가 깔린 한국이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된다는 얘기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국내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336.1Mbps(초당 메가비트)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전세계 2위를 기록했다.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애플은 첫 5G 스마트폰이었던 아이폰12 출시 당시 한국을 처음으로 2차가 아닌 '1.5차 출시국'으로 분류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2차 출시국으로 분류해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아이폰12는 지난해 10월 출시 후 국내에서 25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5G 최초 상용국가인 데다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인프라도 잘 갖춰진 편이다. 애플로서는 매력적이라 느꼈을 만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