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그동안 ‘미운오리새끼’로 분류됐던 기업들의 반전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신규 투자, 사업 전환, 사이클 회복 등에 시장이 크게 호응하며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CJ의 품을 떠나 LG에 인수된 LG헬로비전은 대표적인 미운오리새끼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6월 이후 한 달여 만에 주가가 50% 넘게 급등했다. 연초 이후 시총 증가율은 10대 그룹에 속한 100개 기업 가운데 두 번째(116.24%)로 높다. 5년 전만 해도 ‘CJ그룹의 계륵’ ‘골칫거리’로 불리던 회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시 CJ헬로비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인수를 막아서면서 위기에 놓였다. 케이블TV업계 1위 기업이었지만 이를 매각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꾀하려던 CJ그룹에는 악재였다. 매각 리스트에 올라 있던 회사는 활기를 잃었다. 3년이 흘러 결국 LG유플러스에 인수됐지만 당장 큰 시너지를 일으키진 못했다. 5월까지만 해도 주가가 LG유플러스가 인수한 당시 수준에도 못 미친 이유다. 투자자들은 지난달 LG헬로비전이 지역채널 콘텐츠 투자에 연간 4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 LG유플러스 인수 시너지가 콘텐츠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란 증권가 분석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규 투자가 지지부진하던 시장의 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해외 사업 부진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한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삼성그룹에서 시총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이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연초 이후 시총이 73.58%나 늘었다. 수년째 옆으로 기던 주가는 2015년 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증권사들은 이보다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여 잡고 있다. 목표주가를 2만6000원으로 제시한 대신증권은 “연간 수주목표 6조원 가운데 상반기 절반 정도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외 사업 변동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하반기 대규모 수주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존재감 없는 계열사에서 유망주로 떠오른 현대위아도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전기차 전용 열관리 모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성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올해 시총 증가율이 70.84%에 달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이 더 밝다고 보고 있다. 작년 2분기 38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현대위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10억원 수준이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54% 급증한 18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현대위아의 내년 영업이익이 2500억원을 넘어선 뒤 2023년에는 3100억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