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미주리, 아칸소, 와이오밍, 유타.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가 10명을 넘어선 지역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델타(인도) 변이 감염률은 높다는 것이다."

미국 의학연구소인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은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델타 변이가 확산할수록 백신과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델타 변이가 세계 각국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미국 확진자 4명 중 1명은 이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낙담은 이르다.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으로 만든 면역 장벽이 델타 변이 치명률을 낮추고 있다. 미국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9일 기준 델타 변이 감염자가 전체 확진자의 26.1%라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해 4월 0.1%에 불과했던 이 변이 감염자는 지난 달 말 이후 급증했다. 지난 5일 기준 미국 내 델타 변이 감염자는 10%로, 2주 만에 두배 넘게 늘었다.

세계적 확산 속도도 빠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 감염자가 96개국서 확인됐다고 29일 발표했다. 1주일 만에 11개 나라에서 이 변이를 추가 보고했다. 한 종류의 변이가 순식간에 세계를 잠식해가는 것은 코로나19 유행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상 바이러스는 유행이 계속되면 생존을 위해 감염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관건은 치명률이다. 일부 국가에서 이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의 증상이 심하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 객관적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백신 효과는 뚜렷하다. 접종률이 높은 곳에서 치사율을 낮추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80%에 이르는 이스라엘이 대표적이다. 토폴 소장은 "이스라엘 신규 사망자는 0명이고 입원도 증가하지 않았다"며 "백신으로 만든 면역 장벽이 델타 변이에 잘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백신을 맞지 않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상태로 델타에 맞서는 것은 바이러스에 '날 잡아가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국에선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게 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35%로 미국 평균(54.2%)보다 낮은 미주리주의 스프링필드는 인구 10만명 당 신규 환자가 38명으로 치솟았다. 5월 이후 코로나19 사망자 2만7000명 중 99%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메이요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란드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과 직장 등에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엔젤레스는 미국 카운티 중 처음으로 백신 접종자도 마스크를 쓰도록 의무화 했다. 자체 분석 결과 델타 변이 감염자가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면서다. 다만 CDC는 백신 접종자가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한 지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델타 변이를 백신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놨다. 미국 바이오사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이 델타 변이에 효과 있다는 실험실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도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델타 변이 예방률이 90%라고 발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