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권고 수용했지만 이행 안해…"이행 점검해야"
인권위, 4년前에도 '軍성폭력 근절' 권고…실효성 의문
국가인권위원회가 4년 전 국방부에 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권고를 내렸지만,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권위가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사건과 같은 군대 내 성폭력 피해를 막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이 인권위와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7년 인권위로부터 '군대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정책·제도개선 권고'를 받고 이듬해인 2018년 3월 이행 계획을 회신했다.

국방부는 ▲ 군판사·군검사 인사 독립성 확보 ▲ 온정적 처벌사례 지양 ▲ 성폭력범죄 전담수사관제 강화 ▲ 양성평등센터와 성고충전문상담관 등의 위상 강화 등 10여개 항목으로 구성된 인권위 권고 내용 전반에 긍정적으로 회신했다.

인권위는 당시 국방부가 보낸 이행 계획에 대해 "국방부 인사정책부서에 여군 인사정책 기능을 복원하는 문제 외 대체로 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이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후 국방부가 권고를 실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권고 이행 점검을 할 의무와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권고 이행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지난해 인권위가 직장 운동경기부 선수 인권보호를 위해 발표한 정책 권고는 피권고 기관이 266곳에 달한다.

인권위는 '스포츠 분야 정책 권고 이행 점검'을 올해 주요 업무과제로 선정하고 광역·기초지자체장, 시도·시군구 체육회장, 공공기관장들이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년 인권위 업무계획에는 '군대 내 인권상황 개선 정책검토-위원회 권고 이행사항 점검'이 포함되기도 했다.

인권위, 4년前에도 '軍성폭력 근절' 권고…실효성 의문
군 성폭력 등 군대 내 인권 관련 사안에서는 관계기관이 권고를 이행하는지 인권위가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권고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인권센터가 최근 펴낸 '문재인 정부 4주년 군인권 공약 이행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7년 13건, 2018년 13건, 2019년 16건의 인권위 권고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 수용'인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인권위 권고 수용도가 높아졌지만, 실효적 차원에서 볼 때 군은 인권위에서 이미 권고받은 내용과 영역에서 유사한 문제를 재차 지적받고 있다"며 "형식상으로는 권고를 수용했으나 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인권위 권고의 실효성은 미흡한데도 인권위의 후속 조치나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를 상대로 내놓은 2017년 군대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권고 역시 인권위는 '수용된 권고'로 판단했지만, 군인권센터는 "4년이 흐르는 지금까지 인권위 권고 내용이 제대로 반영된 정책이 도입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인권위 혁신위원을 지낸 신수경 새사회연대 대표는 "권고 수용률이 100%에 가깝게 나온 것은 사실상 권고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설립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