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진시정안 기각 후 고강도 제재…현직 임원 고발은 무산

사내급식 일감을 전부 몰아주는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는 삼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가 삼성에 부과한 과징금 2천349억원은 부당지원 사건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1천12억2천만원)도 국내 단일기업 기준으로 가장 크다.

공정위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도 고발했다.

다만 애초 계획했던 전·현직 임원 4명 및 4개사 검찰 고발보다는 약해진 조치다.

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 공정위, 자진시정안 기각 후 고강도 제재
2018년 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에 착수한 공정위는 그해 7월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였다.

2019년 4월에는 참고인 조사, 그해 9월에는 2차 현장 조사, 지난해 1월에는 참고인 조사를 한 번 더 했다.

삼성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총수일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웰스토리를 부당지원했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조사망을 좁혀 오자 삼성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여한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에서 2개 식당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고 자진시정안 성격의 '동의의결'을 신청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조 위원장은 신속한 피해 구제 등을 위해 동의의결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고, 앞서 애플의 국내 통신사 대상 '갑질' 관련 사건에서는 동의의결을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이 제시한 상생 지원안이 미흡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수리비 2만∼3만원 할인,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등 1천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제시했다.

애플이 500억원 안팎의 과징금을 물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는데, 애플은 예상 과징금액의 두 배를 상생 지원금으로 제시한 셈이다.

삼성은 총 2천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공정위에 제시했으나 이 가운데 1천500억원은 '무이자 대출지원'이라 공정위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지원 금액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의의결 기각 후 삼성 측은 두 차례 전원회의에서 "미전실 주도로 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공정위는 결국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상당한 수위의 제재를 결정했다.

총수일가가 이득을 볼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유리한 계약 구조를 설정하는 등 법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웰스토리 부당지원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는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조성하기 위해 부당지원 행위가 행해졌다는 혐의는 전원회의에서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회사 '캐시카우' 부당지원한 삼성, 역대 최대 과징금
◇ '현직 핵심 임원'은 고발 대상에서 결국 빠져
고강도 조사와 동의의결 기각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공정위는 삼성에 상당한 수위의 제재 결정을 내렸다.

다만 당초 사무처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하면서 계획한 것보다는 제재 수위가 약해졌다.

공정위 사무처는 최지성 전 실장, 정현호 사업지원 TF장 등 전·현직 임원 4명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지난 1월 말 삼성 측에 발송했다.

최 전 실장은 미전실장 재임 시절인 2013년 웰스토리를 지원하는 구조를 짰고, 그 외 3명은 경쟁입찰을 번번이 무산시키는 방식으로 이 지원 구조가 현재까지 유지되게끔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4개사도 지원 주체로서 법 위반 정도가 크다고 봤다.

그러나 두 차례 전원회의를 거치며 고발 대상은 최 전 실장과 삼성전자로 축소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 TF장은 2018년 5월 삼성전자가 경쟁입찰로 식당을 개방하는 것을 중단하게 한 당사자"라면서도 "그러나 위원회는 최 전 실장과 미전실 주도로 인해 부당지원이 결정·실행됐다는 점을 고려, 정 TF장 등은 고발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