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없으니 빌라라도"…전셋값 두 달 만에 1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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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세 씨마르자 빌라도 전세대란
임대차법 시행 후 매물 구하기 어려워져
전세난 지쳐 빌라 매입하는 사례도 늘어
임대차법 시행 후 매물 구하기 어려워져
전세난 지쳐 빌라 매입하는 사례도 늘어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에서 자취를 하던 김모 씨(31)는 최근 이사를 위해 전셋집을 나오다 깜짝 놀랐다. 그가 살던 빌라는 지하철역과 거리가 멀고 주변 상권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이었다. 계약 만료일보다 5개월 가량 일찍 나온 탓에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 여겼다. 김 씨가 입주할 때보다 보증금도 5000만원은 뛰었다. 그런데 집이 반나절만에 나간 것이다. 김 씨가 입주하던 당시만 해도 세입자를 구하는 데 수개월은 걸리던 주택이다. 김 씨는 “전세난이 심각하긴 한가보다”며 “중개를 한 중개사도 세입자들 문의가 속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 전세난이 다세대·연립주택(빌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세입자들이 빌라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빌라 전셋값은 전달 대비 0.16% 상승했다. 지난해 5월(0.03%)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0.13%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빌라 전셋값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속화됐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빌라 전셋값 상승률은 최대 0.09%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0.12%) 처음으로 0.1%대를 돌파했다. 서울 빌라 전셋값은 2019년 0.20% 하락했지만 지난해에는 1.50% 급등했다.
실제 빌라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3.8으로 집계됐다. 전세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이 지수는 작년 7월 102.3을 기록한 뒤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후 전세물건이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이 제도는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하고, 기존 2년이던 계약 만기를 한 차례 연장해 4년까지 사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빌라 전세 보증금은 몇 개월 만에 1억원 넘게 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동산빌라’ 전용면적 42㎡는 지난 3월 2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 빌라는 지난 1월에만 하더라도 1억6800만원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두달 만에 1억원 넘게 보증금이 뛴 것이다. 광진구 자양동의 ‘삼성아트빌'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5월 3억8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엔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광진구에서 빌라 물건을 주로 거래하는 U공인 대표는 “요즘은 3인가량 살 수 있는 면적대의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매물이 나오면 하루도 안돼 대부분 세입자를 찾는다”며 “경사로가 가팔라 과거엔 수개월씩 세입자를 찾지 못하던 한 빌라도 최근 3시간만에 새 세입자를 찾는 것을 보고 전세난을 체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아예 빌라를 매매하는 세입자들도 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4036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아파트 거래량은 2899건으로 빌라 거래량이 1100건이 넘게 많다. 지난 3~4월 서울 빌라 거래량도 각각 5104건, 5645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량보다 각각 1300여건, 2000여건 많았다.
시장에서는 중저가 아파트 세입자들이 빌라 매매로, 빌라 세입자들은 조건이 더 나쁜 외곽 빌라 전세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다가 최근 길동의 한 빌라를 매입한 박모 씨(38)는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매물도 없다보니 불안해서 빌라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빌라 매매는 신중해야한다고 말렸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전세기간이 만료돼 집이 없으면 나중에 빌라가 안팔리는 문제보다 더 큰일 아니겠냐”라고 푸념했다.
당분간은 빌라 전세난과 '패닉 바잉'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값 상승세가 여전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이 많아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도 빌라 매매 거래량 증가에 한 몫하는 중이다.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매물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가 대부분이다.
강남구 한 중개업소 윤모 대표는 “직장이나 자녀들 학교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빌라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나마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매물도 빌라에 집중돼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실소유자들이 빌라로 돌아서면서 빌라의 매매·전월세 거래가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빌라 전셋값까지 오르자 아예 사버리자로 돌아선 주택 수요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아파트 전세난이 다세대·연립주택(빌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세입자들이 빌라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빌라 전셋값은 전달 대비 0.16% 상승했다. 지난해 5월(0.03%)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0.13%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빌라 전셋값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속화됐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빌라 전셋값 상승률은 최대 0.09%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0.12%) 처음으로 0.1%대를 돌파했다. 서울 빌라 전셋값은 2019년 0.20% 하락했지만 지난해에는 1.50% 급등했다.
실제 빌라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3.8으로 집계됐다. 전세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이 지수는 작년 7월 102.3을 기록한 뒤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후 전세물건이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이 제도는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하고, 기존 2년이던 계약 만기를 한 차례 연장해 4년까지 사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빌라 전세 보증금은 몇 개월 만에 1억원 넘게 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동산빌라’ 전용면적 42㎡는 지난 3월 2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 빌라는 지난 1월에만 하더라도 1억6800만원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두달 만에 1억원 넘게 보증금이 뛴 것이다. 광진구 자양동의 ‘삼성아트빌'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5월 3억8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엔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광진구에서 빌라 물건을 주로 거래하는 U공인 대표는 “요즘은 3인가량 살 수 있는 면적대의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매물이 나오면 하루도 안돼 대부분 세입자를 찾는다”며 “경사로가 가팔라 과거엔 수개월씩 세입자를 찾지 못하던 한 빌라도 최근 3시간만에 새 세입자를 찾는 것을 보고 전세난을 체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아예 빌라를 매매하는 세입자들도 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4036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아파트 거래량은 2899건으로 빌라 거래량이 1100건이 넘게 많다. 지난 3~4월 서울 빌라 거래량도 각각 5104건, 5645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량보다 각각 1300여건, 2000여건 많았다.
시장에서는 중저가 아파트 세입자들이 빌라 매매로, 빌라 세입자들은 조건이 더 나쁜 외곽 빌라 전세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다가 최근 길동의 한 빌라를 매입한 박모 씨(38)는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매물도 없다보니 불안해서 빌라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빌라 매매는 신중해야한다고 말렸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전세기간이 만료돼 집이 없으면 나중에 빌라가 안팔리는 문제보다 더 큰일 아니겠냐”라고 푸념했다.
당분간은 빌라 전세난과 '패닉 바잉'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값 상승세가 여전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이 많아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도 빌라 매매 거래량 증가에 한 몫하는 중이다.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매물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가 대부분이다.
강남구 한 중개업소 윤모 대표는 “직장이나 자녀들 학교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빌라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나마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매물도 빌라에 집중돼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실소유자들이 빌라로 돌아서면서 빌라의 매매·전월세 거래가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빌라 전셋값까지 오르자 아예 사버리자로 돌아선 주택 수요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