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뜨이는 명품 안경의 세계
한국에서 안경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1980년대 초 ‘세계 2위 안경테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내리막이 시작됐다. 인건비 상승과 중국산 안경테의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를 만나면서다. 1995년 2억5000만달러에 달했던 안경테 수출액은 지난해 3분의 1(838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는 안경업계를 더욱 더 위기로 내몰았다. 한국에 안경을 맞추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주요 상권의 유동인구가 줄면서 상당수 안경원이 문을 닫거나 매출 급감에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이제 라식·라섹 등 시력 교정 수술이 일반화했다”며 “안경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암울한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당사자인 안경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안경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소비자 취향이 더욱 고급화·다양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로 노안 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첫째 이유다. 노안이 오면 돋보기 안경이나 누진 다초점 안경을 써야 작은 글씨가 잘 보인다.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젊은 노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안경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시력 교정 수술도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미용 목적이나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시 안경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안경을 쓰는 이유는 시력 교정 때문만이 아니다. 안경은 강력한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얼굴의 단점을 가려주고 장점은 부각해준다. 사회적인 이미지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차분한 금속 안경을 쓰면 신뢰감 있는 인상을 낼 수 있다. 10여 년 전 미국 변호사 사이에서는 의뢰인에게 안경을 씌우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배심원에게 성실하고 착한 인상을 풍기기 위해서다.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안경이 처음 발명된 이후부터 근대에 들어서까지 안경은 지식 계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대한안경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10명 중 적어도 4명은 안경을 착용한다. 착용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으로 추정된다. 늘 가까이 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안경.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조금 더 투자하면 어떨까.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상용/배정철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