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P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계획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전략 물자'로 보기 시작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 확대를 위해 똘똘 뭉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 마저 미국 정부와 '밀월' 관계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변곡점을 맞고 있어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삼성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보고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말한 분수령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안보적 이슈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삼성도 이와 관련된 선택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 약 170억달러(약 20조원) 투자를 검토 중인 삼성전자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백악관이 개최한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위한 1차 회의 전 인텔은 200억달러의 미국 내 투자를 발표했으며, 회의 후에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9개월 안에 반도체를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대만 기업인 TSMC도 12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에 3년 내 라인 5개를 더 추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TSMC는 전날 미국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기업들의 연대인 미국반도체연합(SAC)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와 '밀월'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AC는 최근 정부에 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금을 제공하라 촉구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로비단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전략에 보폭을 맞추기 위한 연대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재계에선 삼성전자로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당초 예정됐던 금액에서 '+α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가 전날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38조원을 추가 투자해 총 171조원을 집행하기로 하는 등 국내 투자를 발표한 것과 동시에 조만간 발표할 미국 투자에 대한 계산도 함께 끝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내 건설 예정인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과 관련해 텍사스 오스틴을 후보지로 놓고 텍사스 주(州) 및 오스틴시와 인센티브 조건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