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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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지는 기업이 있다. 가성칼륨·염소·중밀도 섬유판(MDF) 등을 제조하는 유니드다. 비료, 음식물 첨가제, 제약 등에 사용되는 가성칼륨 제조업체로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는 투자자들에게 늘 장점이자 단점으로 인식됐다. 늘 비슷한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큰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가도 크게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5.6배, 0.5배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수급 문제로 가성칼륨 뿐 아니라 염소와 MDF 등 전 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올 들어 유니드 주가는 55.1% 급등했다.

○신고가 경신한 유니드


19일 유니드는 전 거래일 대비 7.07% 상승한 7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8거래일 연속 사들였다.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건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염소와 MDF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월 평균 염소 가격은 톤당 218달러로 전년 대비 120% 올랐다. 100달러 수준이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상승했다. 염소가 주 원료인 PVC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한파 영향으로 2개월 째 글로벌 생산량의 약 9%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계 최대 PVC 수출국이다. 각국의 인프라·건설 시장이 살아나면서 PVC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염소는 가성칼륨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상승분이 그대로 영업이익에 전가된다. 염소 계열 제품은 유니드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한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한국 PVC 생산업체들은 현재 공장 가동률을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PVC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오는 5월까지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염소 가격은 하반기까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MDF·염소·가성칼륨 등 모든 사업부문 호조

건설·인테리어 경기 호조는 MDF 가격도 끌어올렸다. 유니드는 동화기업과 함께 국내 MDF 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인테리어·가구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MDF 수급은 빠듯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MDF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시아 업체들이 가구 수요가 크게 급증한 유럽과 중동 지역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올 1~3월 국내 MDF 수입량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터라 단가는 25% 높아졌다. 유니드 뿐 아니라 동화기업 SUN&L 등 다른 MDF 업체 주가도 급등하고 있는 배경이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유니드 보드사업 부문은 올 1분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소와 MDF 부문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가성칼륨 부문도 안정적으로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세계 가성칼륨 시장 점유율(30%) 1위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엔 연간 생산능력이 2017년 대비 44% 늘어난 79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업부문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한화투자증권은 유니드의 올 1분기 영업이익(318억원)이 전년 동기(195억원) 대비 6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409억원) 역시 전년 동기(317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상승 여력 더 있다"

연일 신고가를 찍고 있지만 아직 상승여력은 더 남아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염소 가격 상승세가 올 하반기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DF 수요 역시 건설·인테리어·가구 시장 활황에 힘입어 2023년까지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성칼륨은 사용처가 다양해지고 있는만큼 수요도 견조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반도체나 태양광 웨이퍼 세정제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매출 9790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3세인 이우일 전무가 지난해부터 경영에 참여하면서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차전지업체인 리베스트와 액화수소업체 하이리움산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2025년까지 신사업을 위한 추가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