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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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장이 일반 병(兵)에 해당하는 상병 계급이라도, 육군규정상 '상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하가 똑같이 병사 계급에 속하는 분대장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할 경우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되돌려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2016년 10월 당시 상병 계급이었던 A씨는 강원 홍청군에 있는 소속대 생활관에서 분대장이었던 B상병에게 사격 성적을 물어보고, B상병의 성적이 본인보다 낮자 언성을 높이며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사격술 예비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냐, 분대장이면 잘 좀 하고 모범을 보여라"고 말하는 등 상관인 B상병을 모욕했다.

앞서 같은 해 9월에는 유격훈련 불참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상관인 C중위에게 삿대질을 했다. 10월에 '삿대질 사건'과 관련한 진술서 작성을 요구받자 C중위 앞에서 진술서와 펜을 집어던졌다.

A씨은 B상병과 C중위에 대한 언행 때문에 상관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A씨와 당시 B상병과 동일한 '일반 병사' 계급에 속했던 이상, 분대장이라 하더라도 A씨의 상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분대장은 분대원들에 대해 특정 직무에 관한 명령·지시권을 가질 뿐, 직무내외를 불문하고 상시 타 분대원들에 대해 명령 복종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병사인 분대장은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C중위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떤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했더라도 이를 두고 상관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언행을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A씨에게 모욕의 고의가 있었음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 재판부는 B상병이 '분대장'의 지위를 맡은 이상, A상병의 '상관'으로 보는 게 옳다고 했다. 다만 C중위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 재판부는 "군형법에 따르면 부대지휘 및 관리, 병영생활에 있어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로서 분대장은 분대원에 대해 명령권을 가진 사람 즉 상관에 해당한다"며 "이는 분대장과 분대원이 모두 병(兵)이라 해도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B상병은 분대장으로서 분대원인 A씨에 대해 상관 지위에 있었다"며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했다. 이에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