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구미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경북구미스마트그린산단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개막버튼을 누르고 있다.  산단공 제공
지난 12일 구미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경북구미스마트그린산단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개막버튼을 누르고 있다. 산단공 제공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산업단지는 수출 고용 경제성장의 주역이다. 산업단지가 국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전국의 산업단지엔 8만6000여 개 기업에 약 200만 명의 근로자가 몸담고 있다. 산업단지 근로자는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48.6%(2018년 말 기준)를 차지한다. 생산은 국내 제조업의 67.0%, 수출은 67.3%를 담당한다. 산업단지가 제조업 전체 생산과 수출의 3분의 2를 일궈낸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안고 있다.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낡은 공장들이 많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이 이어지면서 곳곳에 공동화 현상도 생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먹거리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게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런 산업단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핵심사업인 스마트그린산업단지 프로젝트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산단 제조혁신의 기본단계인 개별 기업의 스마트화(스마트공장)에서 발전단계인 산업단지의 스마트화(스마트산단)를 거쳐 심화단계인 그린산업 융합 미래형 혁신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론 기존 스마트산단에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인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융합한 개념이다. 스마트산단은 데이터의 연결과 공유를 통해 기업 생산성과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신산업을 창출하는 활력 넘치는 산단을 의미한다. 여기에 제조업 정책의 세계적 흐름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그린 정책을 결부시킨 게 스마트그린산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그린산단 정책이 우선 적용되는 곳은 창원, 반월·시화, 남동, 구미, 광주 첨단, 전남 여수, 대구 성서 등 산업단지 일곱 곳이다. 목표는 제조업이 모여 있고, 고탄소·저효율 에너지 다소비 지역이자 환경오염 다발 지역인 산업단지를 첨단·신산업이 육성되는 친환경 제조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세부 추진전략은 산업단지의 3대 구성 요소인 산업·공간·사람을 중심으로 산단별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 전환, 에너지 혁신, 친환경화를 중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자.

첫째, 산단을 디지털화해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 제조혁신센터,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혁신데이터센터, 공유형 물류플랫폼 등 가치사슬(밸류체인)의 단계별 디지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규제개혁도 이뤄진다. 규제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 디지털 혁신기반을 구축하고 창업-성장-사업재편으로 이어지는 산업 전주기의 성장을 돕게 된다. 이는 미래먹거리 준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증 및 선도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자유특구 및 규제샌드박스, 네거티브존을 활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광주첨단은 무인저속 특장차, 경남 창원은 무인선박, 대구 성서는 이동식 협동로봇 등 3개 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식이다. 산단 내 산업·에너지·안전·환경·물류 등 디지털 인프라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시너지도 일궈내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그린과 디지털의 융합을 통해 저탄소 친환경 공간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저탄소·고효율의 에너지혁신 선도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산단별 특화된 자원순환시스템을 구축해 친환경 청정산단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 구축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게 된다. 물류의 스마트화·친환경화도 추진된다.

셋째, 청년 희망 키움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정책이다. 산단 재직자를 대상으로 디지털·그린전환 교육을 하고 연구인력을 육성·보급하게 된다. 현장 수요 맞춤형 산업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인력 프로그램과 연계해 인재를 공급한다. 정부는 우선 기존 7개 스마트산단을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 이를 15개 단지를 늘린 뒤 전국으로 점차 이를 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일자리 3만3000개를 창출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을 0.6%에서 10%로 높이며 에너지효율을 16% 향상시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선 산·학·연 클러스터 활동이 중요하다. 또한 각종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스마트그린산단은 한국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융합해 산업단지를 첨단산업이 입주하는 친환경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디지털·그린·휴먼화를 통해 친환경 첨단산단 구현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