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 근무하는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분의 말씀에 따르며 스타트업 창업 분야를 살펴볼 때 유독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왜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창업이 많은지 물으셨습니다.

저는 가볍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설명드렸습니다.

“그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창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사업 아이템의 선정입니다. 무엇을 해야 성공 확률이 높고 무엇을 해야 리스크가 적으며, 어떤 사업을 해야 내가 잘할 수 있는가를 선정하는 일이야말로 ‘시작이 반’이라는 얘기와 같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또 숨겨져 있던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아내거나 성공 사례가 없는 새로운 분야,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특정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이미 온, 오프라인에서 성공 사례가 입증되었고 널리 알려진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블록체인을 추가하고 재해석하여 도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시험에서 상당한 가산점을 받고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또한 오픈 소스가 원칙인 블록체인은 누구나 공개된 소스를 얻어 이를 분석, 정리하고 자기만의 특징을 추가하여 도전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대폭 줄여 줍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분야의 창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도 시작할 수 있기에 창업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뿐아니라 ‘리버스 ICO’를 통해 기 운용중인 비즈니스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접목시켜 세계화를 추진하며 또 다른 시장에 도전하는 사례도 많아 블록체인 사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인 탈중앙화, 무결성, 신뢰 그리고 합의의 정신은 순수한  젊은이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로 비춰져 적극 도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후죽순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생겨나다 보니 가끔 전문가로부터 “억지로 블록체인”이라는 혹평을 받는 프로젝트도 많으며 이로 인해 블록체인 사업 전체가 사이비로 지탄받기도 합니다.

특히 블록체인 메인-넷은 기술적으로 완성된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황인데, 스스로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는 과장된 구호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사기성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블록체인 전체를 부정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의 순수한 도전까지 싸잡아 폄하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어온 많은 혁신 제품과 기업의 탄생은 수많은 도전자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며, 심지어 사기꾼 소리도 들으며 조소와 경멸을 이겨내며 발전해온 결과임을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 변화는 자본력과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갖춘 대기업, 또는 국가 주도로 나타난 경우가 거의 없으며 또 누구나 인정하는 유명 인사가 주도한 혁신이 성공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혁신의 대부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도전정신에 가득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끝없는 도전과 실패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쓰고 있는 세계적인 발명품 3M의 “포스트잇”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다가 실수로 탄생한 제품입니다. 강력 접착제의 기준으로 볼 때 포스트잇은 실패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약한 접착력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으로 3M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준 효자 제품입니다.

1996년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절대 강자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특정 웹 페이지가 어떤 웹 페이지와 링크되어 있고, 얼마나 링크되어 있는지 그 횟수를 분석, 비교 정리함으로써 웹 페이지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하나를 바탕으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맨손에서 일어나 지금의 세계 최고 기업 구글을 탄생시킵니다.

또한 아파트 월세까지 밀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거주지인 샌프란시스코에 산업 박람회가 열리면서 호텔 객실이 동나 많은 방문객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자신들의 아파트를 공유해 주면서 짭짤하게 돈을 번 경험을 바탕으로 놀고있는 방을  빌려주길 원하는 사람과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양측을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지금은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선 ‘에어비앤비’의 탄생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온-오프라인에 절대적 강자가 존재하는 시장이라도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을 백안시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혁신이나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키는 것은 그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억지로 갖다 붙였던, 약간 부자연스럽던, 또 기술적으로 개발력도 부족해 보이던, 스타트업의 모든 도전은 나름 의미가 있으며 적극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비즈니스에서 어떤 획기적인 제품이 탄생하고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