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는 존경하는 C박사님을 만났습니다.

경제학 박사로써 뛰어난 식견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보기 드문 IT 전문가이신 C 박사님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국보급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만남은 저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축약한 백서를 보여드리고 조언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저희 백서를 살펴보시더니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왜? 코인 가격이 오르는가? 전체 발행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필요 시 소각을 하는 방법도 있다는 말씀을 하시며 사실은 백서의 거의 전체를 토큰 이코노미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의 자존심을 헤아리는 신중한 의도가 엿보이는 조심스런 의견 개진이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검토하고 보완하겠습니다.” 라는 답변 이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평소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해 온 제 입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 쓸모가 없는, 아니 불필요한 노력의 낭비라고 생각되는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중요시 여기고 거기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부테린이 이더리움을 개발할 때 토큰이코노미를 생각하고 설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토큰이코노미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한 국가에서 사용할 화폐의 발행 행위와 동일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태계에서 화폐의 역할을 하는 토큰의 발행량을 정하고, 생태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동됨에 따라 자동으로 토큰의 가격이 오르도록 메커니즘을 설계하고 또 적절한 운영 규모를 설계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토큰을 매입하면 어떻게 수익을 줄것인가를 설명하는 자료를 토큰 이코노미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와 교환경제, 투자이론, 그리고 행동심리학까지 동원하여 복잡하고 어려운 토큰 경제를 설계하여 백서에 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또한 혹자는 반드시 토큰 이코노미를 완벽(?)하게 설계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 옛날 한 나라의 화폐 발행 규모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앙은행이 과연 토큰 이코노미 비슷한 정책을 시물레이션 하고 예측, 설계하여 이를 기초로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실행했는지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주먹구구식으로 하지는 않았겠습니다만, 그 어떤 방법을 썼던, 과거의 화폐 정책을 그대로 현 시점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20억명도 안되던 시절과 75억명이 넘는 현재의 세계 경제 구조는 규모나 복잡성에서 볼 때,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한 국가의 화폐 정책을 운영하는데 무수히 많은 대외적인 요소를 감안해야 합니다.

미 달러와의 환율은 물론 유가와 농산물의 작황, 그리고 인구수의 증감, 거기에 국가별 복지 정책의 수준, 국방비 등 솔직히 신이 아닌 다음에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를 감안해서 화폐 정책을 구현해도 현실과 맞지 않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화폐 정책입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증유의 미래 블록체인 암호화폐 세상에 적합한 토큰 이코노미를 지금 이 순간 완벽하게 설계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결국 그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세상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를 것이 분명하기에 현재 우리가 보유한 그 어떤 이론이나 기술적, 통계적 잣대를 들이대어 만든 기준을 맹종하고 그것이 옳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옛날 천체물리학자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도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로 예측 불가의 인간 세상을 표현하였습니다.

이렇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행동 조차 예상하지 못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물의 변화와 기후의 변화를 비롯한 세상 모든 변화를 다 담아 미래 경제 움직임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는 토큰 정책을 설계 한다는 것은 아마 신이라도 완벽하게 설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이시점까지 제대로 완성되어 작동되는 암호화폐 생태계 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경제학에서 쓰이던 이론에만 의거한 토큰 이코노미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래서 C 박사님께 보여드린 백서는 평소 저의 생각대로 비즈니스 모델과 추구하는 타겟 시장, 그리고 사용자 확대에만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태생이 사업가이다보니 본디 철저한 시장주의자이며,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기준을 가지고 사업을 바라보는 제 입정에서, 토큰 이코노미는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하나의 투자유치 수단에 불과 할 뿐이기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토큰이코노미는 추후 수정과 보완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블록체인 암호화폐 세상에는 참여자 투표라는 아주 훌륭한 조율 장치를 가지고 있기에, 코인이 많이 발행되었다면 자연 가격이 떨어질 것이며, 부족하다면 투표를 통해 더 발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생태계가 어떤 모습으로 성공할지 또는 실패하여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실 생활에 쓰이는 암호화폐 구현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이 시점에,  토큰 이코노미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조기 생태계 구축과 실 생활에 쓰이는 암호화폐의 구현을 통한 사용자 확대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헤봅니다.

반면에 투자를 받아야 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볼 때, 투자자에게 믿음을 주기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토큰 이코노미 만한 것도 없다는 주장 역시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C박사님 역시 IEO를 준비하는 제 백서를 보시면서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임을 지적해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는 실용성은 조금 떨어지는 장식품 같은 것, 그러나 집안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멋진 데코레이션 같은 것,  빠지면 어색한 것, 그러나 꼭 있어야 하는것이 토큰 이코노미라고 생각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에 필자는 아주 약간의 유감(?)이 있습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